정치인과 불우이웃 중 누구에게 성금 내시겠습니까?

중앙일보

입력

정답이 뻔한 퀴즈 하나-. “당신이 연말을 맞아 성금을 낸다면 '정치인‘과 '불우이웃’ 중 누구에게 내겠습니까.”

지난주 초부터 전주시내 곳곳에 '정당과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달라‘는 정치자금 기부 홍보용 플래카드가 걸린 데 이어 지난 주말부터는 '불우이웃에게 사랑의 손길을 보내자’는 플래카드가 걸려 눈길을 끌고 있다.

전북도선관위는 중앙선관위 지침에 따라 전주시내 2개동에 1개꼴로 '깨끗한 정치를 위해 정당.국회의원에게 10만원을 기부하면 연말정산시 전액을 돌려 받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걸었다.

즉 정치인에게 10만원을 기부하면 연말 정산할 때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정치 후원금을 낸다 하더라도 나에게는 아무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은 선관위의 느닷없는 정치자금 기부 홍보에 황당해 하고 있다. 시민 김모(43.전주시 효자동3가)씨는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만 일삼는 정치판이 짜증스러운데, 그들을 위해 후원금을 내라니 어이가 없다”며 “더구나 선관위가 앞장서서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전주시와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최근 시내 주요 지역에 '희망 2005, 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의 손길을 보냅시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어 놓고 온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전주시내 한 사거리 신호등에 정치자금 후원을 홍보하는 선관위 플래카드와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기다리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플래카드가 위.아래로 나란히 걸려 시민들을 고민에 빠지게 했다.

때 마침 신호등도 고민을 한 듯 한쪽은 '빨간불‘이 들어왔고 한쪽은 '파란불’이 들어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뉴스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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