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 생활설계사 조태룡씨 엿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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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넓은 창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멋진 집, 늘 아름다운 아내와 재롱 떠는 아이들. 누구나 한번은 멋진 아저씨가 되길 꿈꾼다. 그러나 인생에 끌려 다니며 주말이면 아이들과 TV 리모컨 쟁탈전이나 벌이고 있지 않은가. 상상만으로 되는 일은 없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억대 연봉을 받는 이사급 생활설계사로 변신한 한 남자가 있다. 한 생명보험회사에서 보험모집인으로 일하는 조태룡(37·서울 동부이촌동)씨. 그가 보험업계에서 5년간 일하면서 '받들고 있는'고객은 1천3백여명.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상위 1%에 드는 실적이다. 5년 전만 해도 그는 연봉 1천8백만원을 받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가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해온, 세상 사는 법을 들여다 본다.

◇job(일)

5년 전 근시인 눈에 라식 수술을 받았다. 거부감 없는 외모도 중요한 세일즈 전략이다.

'같은 조건이면 단점이 적은 사람이 유리하다'.

보험일을 시작한 후 시간을 아끼기 위해 1년간 사무실에서 숙식했다. 그러나 자동차·비서 등 시간을 절약하고 이미지를 관리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행정업무를 돕는 비서, 운전·스케줄 관리를 돕는 비서 등 2명을 데리고 일한다. 처음 1년간은 1억원을 빚졌다. 그러나 투자라고 생각했다.

고객이 다른 고객을 소개해 줄 정도로 사람 관계를 잘 가꾼다. 고객의 자산 운용 도우미 역할은 기본이다. 보험 계약은 마지막 단계의 일이다.

◇tool(도구)

외제차 2대를 갖고 있다. 서울·지방용으로 나눠 다른 짐을 싣고 다닌다. 고급 승용차는 고객을 최고로 접대하기 위한 도구다. 한달 주행 거리 1만㎞.

개인휴대단말기(PDA)는 시간을 절약하는 최고의 도구. 연락처·일정 등을 관리한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고객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사진에 고객에 대한 설명과 계약 날짜 등을 적어 지역별로 정리해 두고 있다.

구강 청정제·입술 보호제·향수는 필수품. 메모지·펜은 가죽 케이스에 담아 놓았다. 접대용 고급 라이터 등도 이미지 전략을 위한 소품.

'깨끗한 건 더러운 것 보다 좋다'.

◇family(가족)

헤드 헌터인 아내 김행민(34)씨, 가수를 꿈 꾸는 딸 해린(7)이 있다.

'1+1=100'이 되는 결혼이 이상적이다. 부부는 서로의 일을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 아내가 평범한 아줌마로 남는 건 싫다. 배운 만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가족과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좋을 걸 보고, 좋은 소리를 듣고, 좋은 걸 먹고, 많이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오감(五感)에 대한 관심은 고객과 대화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home(집)

서울 동부이촌동 한강변의 58평 아파트. 방은 2개만 남기고 나머지 공간은 거실로 터 놓아 파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스톤·메탈·유리 등 특색있는 소재로 꾸몄다. 1백30인치 대형 프로젝션과 고급 오디오를 설치해 홈씨어터로도 손색 없다.

돈이 많아서? 아니다. 집값의 절반 이상은 빚을 냈다. 그러나 이 역시 투자. 집은 안락한 생활공간, 비즈니스 공간으로 백배 활용하고 있다.

◇life plan(인생 계획)

45세 은퇴를 목표로 일한다. 남들 보다 빨리 이루고 자유를 얻기 위해서다.

인생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는 돈·시간·열정·가치관. 20대에는 열정 뿐이었다. 30대인 지금 다른 건 갖고 있지만 시간이 없어서 불행하다. 지금은 시간을 주고 돈을 사지만 언젠가는 돈으로 시간을 살 생각이다.

사회 환원도 중요하다. 봉사단체에 가입해 계약 1건을 성사시킬 때 마다 5천원씩 기부하고 있다. 양로원이나 고아원을 세우는 게 꿈이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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