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수사정보 이수동에 알려준 혐의 특검,고검장급 집중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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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수동(李守東·사진)전 아태평화재단 상임이사가 검찰·경찰·군 인사 등에도 영향력을 가져 그에게 줄을 대려는 시도가 많았던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용호씨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고 밝혀 李씨가 유일하게 접촉을 시인한 검찰 간부가 누구인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차정일(車正一)특검팀은 李씨와 접촉한 검찰 간부가 밝혀지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그럴 경우 검찰 조직에 또 한차례 폭풍이 닥칠 전망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7일 "일단 다섯명을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으며 이 중 한명을 집중 내사하고 있다"며 "한명이 아니라 2~3명이 한꺼번에 연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언급한 다섯명은 모두 전·현직 검사장이고 가장 많은 의혹을 받고 있는 한명은 고검장급이다.

특검팀이 이들을 선정한 배경엔 모두 특정 지역 출신으로 현 정권이 들어선 뒤 검찰 요직에 등용됐다는 점이 작용했다.

특검팀은 검찰 인사에서 李씨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가까운 관계였기에 수사 정보를 유출하는 위험을 감수했을 것이란 얘기다.

특히 특검팀이 '용의자'로 심증을 굳힌 고검장급 간부는 李씨와 지난해 여러 차례 전화 통화한 사실이 주변 조사에서 드러났으며 당시 수사 내용에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기에 더욱 의심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특검팀이 확보한 관련 증거는 "지난해 11월 초 검사장급 검찰 간부가 전화를 걸어와 '도승희(都勝喜·전 서울시정신문 회장)씨가 곧 대검 중수부에 소환된다'고 알려줘 都씨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다"는 李씨의 진술뿐이다.

그러나 李씨는 "그의 이름은 무덤까지 갖고 가겠다"고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섯명의 검찰 간부들은 한결같이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팀의 집중 내사 대상인 A씨는 "지난해 전화 통화한 적은 있지만 수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B씨는 "특정 지역 출신이라고 해서 내 이름이 언급되는 모양인데 나는 李씨를 잘 모른다"며 불쾌해 했다.

C씨는 "나는 당시 지방에 있어 수사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D씨는 "가끔 전화를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문제의 시점엔 통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현직이 아닌 E씨는 접촉이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통화내역 조회를 통해 당시 李씨에게 전화를 건 인물을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통화내역은 다음주 안으로 파악될 예정이다.

신승남(愼承男)전 총장의 동생 승환씨의 검찰 상대 로비와 이형택(李亨澤)씨와 검찰 간부들의 잇따른 회동으로 곤욕을 치른 검찰은 난감해 하면서 은밀히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검팀에서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나서 감찰조사나 수사를 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확인이 안된다. 단지 특검팀과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인물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李씨가 검찰 간부에게서 수사 상황을 들었다고 진술한 만큼 해당 간부가 스스로 나서 당시 상황을 밝히는 것이 자신과 조직을 위한 올바른 처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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