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릭 국토안보장관 지명자 '낙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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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락녀 아들 출신으로 밑바닥 인생을 극복하고 미 국토안보부 장관에 지명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버나드 케릭(사진) 전 뉴욕 경찰청장이 낙마했다.

백악관은 1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케릭에 대한 국토안보부 장관 지명을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케릭 지명자는 10일 밤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불법 체류자를 가정부로 고용했고, 이와 관련해 (고용주가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사실을 털어놨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은 "국토안보부가 불법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총괄하는 부서라는 점을 고려할 때 상원 인준 과정에서 논란을 빚을 가능성이 커 백악관이 지명을 철회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릭 지명자는 11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나를 지명해 준 대통령에게 감사하며 이번 일로 행정부에 혼란을 준 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에게 케릭을 강력히 천거했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케릭에게 그런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좀더 일찍 알았어야 했다"면서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케릭 지명자는 불법 가정부 고용 외에도 여러 가지 논란이 될 만한 과거가 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2001년 말 뉴욕 경찰청장에서 물러난 뒤 경찰에 물건을 납품하는 회사의 이사로 고용돼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인 데다 주택을 구입하면서 잔금을 갚지 않아 영장이 청구된 적도 있다는 것이다.

또 장관 지명 사실이 발표되기 직전 불법 고용했던 가정부를 멕시코로 돌려보내고 백악관의 질문서에는 "가정부나 운전기사 등 고용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짓 답변한 것으로 밝혀졌다.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때는 법무장관 지명자인 킴바 우드와 조 베어드가, 2001년 부시 대통령 1기 때는 노동장관 지명자인 린다 차베스가 각각 불법 고용 가정부 문제로 지명이 취소됐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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