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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탈레반 잔당 대규모 소탕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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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동부의 가르데즈 인근 산악 동굴에 재집결한 최대 4천여명의 탈레반과 알카에다 잔존 병력을 소탕하기 위해 새로운 대규모 군사 작전에 돌입했다.

이번 작전명을 '아나콘다(아마존의 큰 뱀)'로 정한 미군은 반(反)탈레반 병력을 전면에 내세웠던 기존 전략을 대폭 수정, 미 지상군을 처음으로 본격 투입해 직접 전투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탈레반을 동부 토라보라 산악 지역으로 몰아넣었지만 아프가니스탄 군벌들의 미온적인 협조로 이들을 놓친 미군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시도다.

◇작전명 아나콘다=미군은 지난 4일 101공수·10산악사단을 주축으로 한 미군 9백명을 선봉으로 유럽 특수부대원 2백명, 아프가니스탄인 전사 1천여명 등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인 2천여명의 연합 지상군을 가르데즈 인근의 샤이코트 계곡(해발 3천m)에 투입했다. 연합 지상군에는 독일·캐나다·호주·덴마크·노르웨이 등이 포함됐으며, 특히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특수부대를 처음으로 전투에 투입했다.

5일 나흘째 이어진 공습엔 아파치 헬기와 40㎜ 기관포로 무장한 AC-130기가 엄호했고, B-52 등 공군 전폭기들도 3백50개의 폭탄을 쏟아부었다. 프랭크스 미 중부군 사령관은 "이들이 15~20명 소단위로 흩어져 있어 위치 파악이 쉽지 않다"면서 "이번 공격으로 최대 2백명의 탈레반군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군의 반격도 거셌다. 미군은 4일 시누크 헬기 2대가 탈레반에 피격,7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하는 등 개전 이래 최대 피해를 보았다.

또 아프가니스탄 이슬람통신(AIP)은 5일 가르데즈에서 샤이코트를 향하던 종군기자 3명이 수류탄 공격으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군 지도자 마울비 사이프 울라 만수리는 "숨을 거둘 때까지 항전하겠다"고 다짐했다고 AIP가 전했다.

◇"마지막 지상전 아니다"=워싱턴 포스트는 "테러 세력을 근절하기 위해 미군의 희생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려는 게 미국 정부의 의도"라고 5일 분석했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은 4일 미군 희생자들을 애도하면서도 "(대 테러전의)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나의 결의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도 "샤이코트 계곡을 탈레반과 알카에다의 마지막 저항선으로 볼 수는 없다"고 말해 작전이 장기화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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