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청탁'수사력 집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8일 구속된 이수동(守東·70)아태평화재단 전 상임이사가 금감원을 상대로 벌인 로비 이외에 리빙TV 인수 등 이용호씨의 여러가지 사업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 씨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검팀은 씨가 이용호씨의 사업을 위해 금융기관과 관공서에도 로비를 벌인 흔적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우선 금감원에 대한 조사 무마 청탁이 성공했는지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씨의 구속영장에 나타난 혐의는 '씨가 1999년 6월 아태재단 사무부총장인 黃모씨에게 이용호씨가 김영재(金暎宰)당시 금감원 부원장보를 만나 주가 조작 조사에 관해 청탁할 수 있도록 연결하라고 지시했다'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99년 후반 금감원이 이용호씨의 계열사인 KEP전자·대우금속(현 인터피온)등과 관련된 주가 조작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용호씨에게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내렸다는 사실 정도만 확인한 상태다. 씨의 청탁이 금감원 조사 과정에서 효력를 발휘했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씨가 2000년 3월 이용호씨에게서 받은 5천만원이 KEP전자 등의 조사 무마에 대한 '성공 사례비'인지, 아니면 또 다른 로비 자금인지를 밝혀내는 것도 수사 대상이다.

결국 씨가 금감원 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씨와 이용호씨의 연결고리로 의심받고 있는 金전부원장보의 개입 여부를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인 셈이다. 金전부원장보와 금감원측은 "청탁은 받지 않았고 조사도 공정하게 이뤄졌다"며 씨의 조사 무마 개입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특검팀은 당시 금감원 조사 자료 분석과 관계자를 소환해 다음주 안에 이 부분에 대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특검팀은 이밖에 이용호씨가 2000년 초 리빙TV를 인수하고 1년 뒤 무상으로 경마중계권까지 따내는 과정에 씨가 개입한 정황을 잡고 증거 확보에 나섰다.

이와 관련, 당시 두 사람을 연결해 준 김현성(金炫成·도피 중)전 한국전자복권 사장의 금전거래 내역에 대해 재조사에 들어갔다. 이용호씨의 돈이 金씨를 통해 씨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업인 것이다.

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