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 "당장 하야를" 베네수엘라 두갈래 民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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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군 장교들의 잇따른 대통령 하야 요구로 빚어진 베네수엘라의 정정불안이 빈부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파 수만명은 지난달 27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동시에 시위를 벌였다. 주로 도시빈민 계층인 차베스 지지자들은 이날 붉은 베레모를 쓰고 부유층 거주지역인 알타미라를 통과하는 행진을 벌였다.

이에 맞서 차베스 반대파들은 몇 블록 떨어진 곳에서 검은 옷을 차려 입고 차베스의 인기영합주의 정책을 비난하는 시위에 나섰다. 지지자와 반대파는 "인민에게 승리를" "차베스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서로 주고 받으며 찬·반 시위를 벌였으나 다행히 무력충돌은 빚지 않았다.

이날 시위는 차베스 지지자들이 1989년 2월 27일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당시 대통령의 휘발유 값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로 촉발된 카라카소 폭동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했다. 당시 사흘 동안 계속된 폭동 내내 빈민층의 약탈이 자행됐으며, 군대는 이들 폭도를 무자비하게 진압해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대파들은 "대통령이 계급전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개혁정책에 반발하는 일부 부유층이 반대시위를 하고 있다"며 시위 의미를 축소했다.

한편 미국은 27일 차베스 대통령의 반미·인기 영합주의 정책을 비난하면서도 일부 군 장교들의 쿠데타 기도에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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