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바다 물고기 대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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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구 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상승하면서 어장(漁場)이 북상하고 겨울철에도 풍어를 보이는 등 우리나라 연근해 어장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5일 국립수산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80년간 근해의 연간 수온을 분석한 결과 표층 수온이 동해 0.62도, 남해 0.61도, 서해가 0.88도 높아졌다.

또 물고기의 주요 먹이생물인 동물성 플랑크톤 분포량은 1980년대까지는 50㎎/㎥ 수준이었으나 90년대에는 1백㎎/㎥으로 증가했다. 특히 엘니뇨 현상이 심했던 97년에는 1백50㎎/㎥까지 많아졌다.

이에 따라 어종도 큰 변화를 보여 30년대 1백20만t이나 잡혀 연근해 총어획량의 60%를 차지했던 정어리는 60년대에 거의 자취를 감췄다가 80년대 들어 다소 회복됐다.

60년대 이후 70년대 초까지 풍어를 보였던 꽁치·오징어는 70년대 중반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반면 고등어·멸치 등 회유성 어종은 계속 증가했다. 최근에는 오징어·멸치·고등어 등 난류성 어종의 겨울철(1~3월) 분포 해역이 북으로 이동한 데다 어획량도 증가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오징어는 어장이 70년대에 비해 96㎞ 넘게 북상해 동해 중부해역까지 이르렀으며 겨울철 어획량이 80년대 이전에는 5천t 미만이었으나 1995년 이후 1만3천~3만2천t으로 늘어났다.

전체 오징어 어획량에 대한 겨울철 어획 비율은 75년 이전 5% 미만이었으나 90년대 이후 13%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등어·멸치·전갱이·방어 어장도 오징어의 경우와 비슷하게 북상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수산진흥원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에 따른 수온상승과 해류변동, 먹이생물 변화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수산진흥원 김학균(金鶴均)어장환경부장은 "국내 연근해의 어장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 내용을 지난해 10월 캐나다에서 열린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 회의에서 발표해 북태평양 해역의 지구온난화 징후 연구 자료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강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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