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J 취임 4년 남은 1년 : 개혁 성적표 게이트로 얼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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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5일로 김대중(金大中·얼굴)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물 날이 딱 3백65일 남게 됐다. 그의 앞에는 월드컵과 경제회생, 남북관계 악화방지 등 만만치 않은 국정과제가 놓여 있다. 동시에 권력의 하산길에 어떤 정치적 돌출사건으로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 金대통령은 24일 지난 4년을 회상하며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지식기반 국가의 기초를 닦은 것▶남북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의 기틀이 잡힌 것▶모범적인 경제개혁으로 경제성장의 성과가 나타난 것 등이 국민의 정부가 거둔 성취라는 것이다.

특히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1997년 12월 19일부터 취임까지 2개월 이상 IMF 외환위기를 맞아 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취임도 하기 전에 일을 시작한 적은 없었을 것"이라며 IMF 위기 극복을 업적으로 내세웠다.

이런 자평에도 불구하고 金대통령은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평가와 비판에 직면해 있다.

당장 게이트 자금의 아태평화재단 유입 의혹이 마지막 임기 1년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협하고 있다.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와 金대통령의 그림자 측근이었던 아태재단 이수동(李守東) 전 상임위원의 수뢰 혐의는 대통령 가족에 대한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젠 게이트의 '게'자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출범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호남 편중인사가 각종 게이트 사건을 촉발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객관적인 자질 검증보다 야당 때 고생한 사람, 충성도를 선호하는 金대통령의 '온정주의적 인사스타일'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최근 들어 金대통령이 '인사탕평책'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지난 4년간의 잘못을 제대로 수습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결국 金대통령은 자신의 역할을 줄이는 것으로 임기 말 권력 관리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4년의 성과를 유지하고 대선 과정에서 쏟아질 비판적 공격을 피하려는 고육지책이다.

올 들어 연두 기자회견을 비롯,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금 새로운 개혁을 시작하려고 하면 역불급(力不及)이고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마무리 역할을 강조해왔다.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내가 아는 한 金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심지어 그는 "金대통령은 누가 정권을 잡든 새로 뽑힌 대통령을 도와주고,국민통합을 위해 노력하는 명예로운 전직 대통령 문화를 만드는 데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차기 주자들이 金대통령을 도와줄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까지 金대통령의 이런 자세가 계속될 수 있을지 야당은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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