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소설 쓰는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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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스티븐 킹(Stephen King·55)은 스릴러 소설의 황제로 통한다. 이름에도 왕(King)이 있지만 그가 쓴 소설은 발표되는 족족 엄청나게 팔렸고 무수히 영화화 됐기 때문이다.

영화 '미저리''쇼생크 탈출''돌로레스 클레이본' 등의 원작자로서 '스티븐 킹 산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니 그의 위상이 어떤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유혹하는 글쓰기』는 '스티븐 킹의 창작론'이란 부제에 걸맞게 소설 창작론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독자를 빨려들게 하는 매력은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번호를 매겨 개념을 요약하는 답답한 문장 강의와는 거리가 멀다. 어린 시절의 싸움, 글쓰기, 장년기의 교통사고 등 자신의 경험을 녹여 글쓰기 비법을 공개하고 있다.

창작론과 관련해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문장이다. '목수가 망치와 톱으로 작업을 하듯 학자는 개념이란 도구로 일을 한다'는 사회학자 베버의 지당한 말처럼 스티븐 킹은 소설가의 연장은 당연히 문장이라 강조한다.

수동태를 피하고 부사를 최대한 쓰지 말라는 제언은 글쓰기와 관련 있는 누구라도 참고할 만한 얘기다. 스티븐 킹은 수많은 글을 사례로 인용하며 좋은 글과 나쁜 글을 가려낸다.

예컨대 대화체 문장을 쓸 때 '…라고 말했다'라 쓰면 충분하지 '라고 경멸조로 말했다'처럼 부사를 붙이는 일은 바보들이나 할 짓이라고 한다. 적절한 대사를 통해 경멸하는 느낌을 주면 되지 작가가 왜 사족을 다느냐는 뜻이다.

초등학생 수준의 어휘로도 빼어난 문장을 만든 존 스타인벡을 예로 들며 고상한 척하는 어려운 단어를 피하라는 식의 여러가지 제언들이 사례들과 함께 책의 현실성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이런 제언들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사람들이 영상에 익숙해진 시대에 글쓰기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스티븐 킹에게서 배울 수 있기 때문다.

감상주의적 멜로 소설만이 대중문학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우리 문학의 풍토에 시사하는 바 또한 적지 않다. 킹은 본격문학에 대한 열등감을 표출하지도, 대중문학의 우월성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킹은 "독자들은 문학적 우수성보다 여행 떠날 때 가져갈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전자제품을 살 때 만든 사람의 마음보다 편리성·디자인·가격 대비 기능 등을 따지듯 잘 쓴 소설은 독자의 이해를 돕는 치밀한 묘사, 담백한 대화, 진실의 추구로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게다가 킹의 작품은 문단이 자의적으로 나눈 본격과 대중의 경계를 훌쩍 뛰어넘고 있지 않은가. 대중문학이냐 본격문학이냐의 편가르기가 아니라 문학성을 담고 있는 작품을 쓰는 일이 휠씬 중요하다는 뜻이다.

우상균 기자

NOTE

지난달 말 킹은 지금 쓰고 있는 '검은 탑' 시리즈 등이 끝나는대로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정상에 서 있을 때 은퇴하겠다는 뜻이다. 킹은 이 책에서 자기의 성장기와 글쓰기에 매혹됐던 경험 등을 밝히고 있다. 그래서 책은 소설가 스티븐 킹 자서전으로도 훌륭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이 확인되는데 그런 삶의 자세가 역으로 스릴러에 능통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킹은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작가가 될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개발하기 나름"이라고. 이 말에 호감이 간다면 자신있게 글쓰기에 도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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