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퍼거슨의 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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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오늘날 미국은 세계를 책임지기에 충분한 경제적 자원을 갖고 있으면서 그 힘을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뿌리깊은 고립근성'으로 소극적인 안보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퍼거슨은 또한 냉전 종식을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승리로 확신하며 '역사의 종말'을 외쳤던 프랜시스 후쿠야마에게도 도전장을 던진다.

그는 후쿠야마가 최신 저서 『대분열』에서 "정치적·경제적 측면에서 역사는 진보적이고 방향성을 지닌 것처럼 보인다. 역사는 20세기 말에 들어 고도기술사회의 유일한 대안인 자유민주주의에서 그 절정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지난 26년간에 국한할 경우에만 합당할 뿐"이라고 말한다.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장기적 관점에서 독재가 자연스럽게 민주주의로 발전한다는 법칙은 없으며, 경제적 자유주의 그 자체가 전쟁이 사라지도록 하는 데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 평화를 위해 독재정권의 전복에 보다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러한 논리에서 출발한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계화'에 대해서도 퍼거슨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진짜 문제는 경제적 세계화가 아니라 인종·민족 등에 따른 정치적 분열·세분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종청소 등을 막는 것은 국제연합과 같은 조직이 아니라 "미국과 그의 동맹국들이 소수 민족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재원을 기꺼이 출연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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