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뜻밖에 맥을 못추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지만 은행주는 오히려 뒷걸음질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종합주가지수는 0.7% 하락한 반면 은행업종지수는 9% 가까이 빠졌다. 20일에도 국민은행이 2.13% 하락하는 등 대부분의 은행주가 약세였다. 특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하이닉스 매각 협상도 은행주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은행 주가는 당분간 게걸음을 보이다 1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4월께부터 다시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증권사, 은행업종 비중확대 의견=대부분의 증권사는 비중확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올해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삼성증권은 올해 시중은행들의 순익이 지난해보다 57%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또 이들의 자산건전성도 크게 향상됐다. 수익이 생기지 않는 여신을 말하는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2000년 말 7.2%에서 지난해 말 3.2%로 줄었다. 그만큼 은행들이 빌려준 돈을 떼일 가능성이 작은 셈이다.
게다가 미국의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상반기 중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릴 것으로 보여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도 줄어들 전망이다.
또 현재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은행들의 합병 움직임이 다시 가시화하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증권 백운 연구원은 "합병을 추진 중인 하나은행·신한지주 등은 우량은행인 만큼 합병이 이뤄지면 주가도 크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닉스 매각실패하면 주가하락=하이닉스 채권은행들의 주가는 하이닉스 매각 때문에 당분간 고전이 예상된다.
우선 하이닉스 메모리사업 부문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미국 마이크론사가 내 건 조건이 좋지 않다.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을 요청한 데다 매각대가로 받는 마이크론 주식을 일정기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매각을 포기할 수도 없다. 하이닉스가 홀로 서도록 하기 위해선 채권단은 약 2조원을 더 지원해야 한다.
삼성증권 백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을 위해서는 외환·조흥은행은 각각 5천억원 가량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은행은 하이닉스 여신에 대해 충담금을 40% 밖에 쌓지 못했다. 벌어들이는 이익을 계속 충당금으로 쌓아야 할 처지다.
교보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채권은행들은 하이닉스로 인한 불확실성이 없어져야 주가가 본격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량은행주 위주로 접근=대신경제연구소 한정태 연구원은 "하이닉스 문제가 가닥이 잡힐 때까지 우량주 위주로 매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향후 우량은행들은 주가 상승폭이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관심이 적은 지방은행들에도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 메리츠증권은 실적호전을 이유로 대구은행(적정주가 8천4백원)·부산은행(7천원) 등을 매수 추천했다.
하재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