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국어가 뒤엉켜 버린 아시안클럽컵 축구 회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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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한국어·영어·일어·중국어에 포르투갈어까지.

아시안클럽컵 축구 동부지구 4강전이 열리고 있는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기자회견실은 세계 각국의 말이 넘쳐나는 '언어 박람회장'이었다.

일본 가시마 앤틀러스의 브라질 출신 토니호 세레조 감독은 포로투갈말을 썼다. 그래서 한국 기자가 "중국 다롄 스더팀에선 어떤 선수가 인상적이었나"라고 물으면 이를 한국측 통역자가 일본말로 바꾼 뒤 가시마측 통역자가 다시 포르투갈어로 묻는 한국어-일본어-포르투갈어의 세 단계를 거쳐야 했다. 문제는 감독의 답변이 짧지 않다는 점. 감독이 포르투갈어로 얘기를 하다 보면 역으로 일본어-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자주 끊기고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뒤범벅이 되곤 했다. 게다가 다롄팀 통역자마저 이를 중국어로 해석하다 보니 3개 국어가 동시에 튀어나오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다롄팀 밀로라드 코사노비치 감독은 유고 출신이지만 영어를 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코사노비치 감독 역시 그다지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추지 못해 오히려 통역자들이 더 곤란을 겪었다.

한국측 통역 이은하씨는 "이렇게 당황스러운 경우는 처음이다. 아시안컵이 이 정도라면 월드컵 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며 고개를 저었다.

서귀포=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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