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反美시위는 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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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대학생과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과격화하는 양상을 보여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어제 낮엔 한총련 소속 대학생 20여명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회관 45층에 있는 주한 미 상공회의소 사무실을 기습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 전원 경찰에 연행됐다. 이들은 경비 중이던 전경들을 각목으로 위협해 몰아내고 사무실로 들어간 뒤 '전쟁 위협 부시 방한 반대''대북 강경정책 철회' 등을 요구하는 인쇄물을 뿌리며 농성을 벌였다고 한다. 또 전국연합이 20일 서울 대학로에서 '전쟁 반대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기로 하는 등 19일부터 시민·종교단체와 대학생들의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질 예정이어서 경찰과의 충돌도 우려된다.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야 나무랄 일이 아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 이후 국내외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견해를 밝히려 해선 안된다. 점거농성과 같은 불법·폭력적인 방법은 더더욱 안될 일이다. 그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면 누가 귀 기울여 주겠는가.

경찰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 관련 주요 시설에 대한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그럼에도 미 상공회의소 사무실이 대낮에 기습 점거당했으니 경비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경찰은 종전 경비 대상이 아니었던 미 상공회의소 사무실을 위해 전경 8명을 배치했다고 하지만 정작 사무실 입구엔 전경 2명만이 배치돼 한꺼번에 밀어닥친 대학생들을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회단체 인사든 대학생이든 진정 국가의 이익과 장래를 생각한다면 불법 시위를 자제하고 부시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도록 도와야 한다. 경찰도 이번 점거농성 사건을 계기로 경비에 빈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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