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 34년 소신대로 일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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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검찰 조직에서는 동기나 후배가 검사장으로 승진하면 용퇴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34년간 평검사로 재직한 뒤 정년퇴직하는 검사가 있어 눈길을 끈다.

오는 20일 퇴임식을 하는 서울고검 안대찬(安大贊·63)검사가 주인공.

사시1회 출신인 安검사는 사시6회 출신인 송정호(宋正鎬·60)법무부장관이나 사시 11회인 이명재(李明載·59)검찰총장의 선배다. 安검사가 검찰을 떠나면 1979년 퇴임한 백문규(白文奎·82)변호사 등에 이어 다섯번째 정년 퇴직 검사로 기록된다.

安검사는 61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63년 사법고시에 합격해 68년 대구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홍성지청장과 천안지청장 등을 역임했다.

安검사는 "남에게 내세울 만한 업적은 없지만 평검사로 재직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퇴직 소감을 밝혔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고등검사장-검사장-검사로 나뉜다. 다만 보직에 따라 차장검사·부장검사·부부장검사·검사 등으로 호칭한다.

그는 지난해 10월 참여연대의 항고를 받아들여 사건을 각하(却下)했던 서울지검에 모 제약회사와 공인회계사의 분식회계 혐의를 다시 수사하도록 명령을 내린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런 安검사지만 80년대 말 동기들이 검사장으로 승진하자 한때 검찰을 떠날까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변호사는 적성에 맞지 않고, 검사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지 않고서도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해 조직을 떠나지 않기로 했었지요."

安검사는 "사회정의를 수호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엄정한 수사로 검찰의 위상을 되찾길 바란다"고 후배들에게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安검사는 1남2녀를 두고 있다. 창원지법에서 근무하는 박태안(朴泰安·31)판사가 그의 사위다.

글=김원배·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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