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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시국사범이 판사 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1980년대 민주화 시위에 참가해 유죄판결을 받았던 시국사건 전력자가 판사로 임용된다.

주인공은 올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박노수(朴魯洙·36)씨. 그가 오는 18일자로 서울지법 예비판사로 임용된다.

85년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朴씨는 이듬해 교내 집회 도중 경찰에 연행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서울대 총학생회 간부로 일하던 88년에는 노동자 집회에 참석하고 유인물을 배포한 혐의(집시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학교를 졸업한 뒤 90년 한 건설회사에 입사한 朴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97년부터 사법시험에 도전, 99년에 최종 합격했다.

朴씨는 지난달 수료한 사법연수원 31기 7백12명 가운데 20위권 안에 드는 우수한 성적으로 판사직에 지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朴씨의 성품과 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임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경우 시국사건 전력자 세명이 판사 임용에서 탈락했다.

朴씨는 직장생활 때 만나 결혼한 부인 이명순(32)씨에게 "그동안 고생하면서도 잘 도와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달 태어난 둘째딸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분쟁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판사직에 매력을 느꼈고 성격에도 맞는 것같아 지원했다"며 "판결로 사회 정의에 기여하는 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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