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한·미동맹 불변 대내외에 과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이 8일 이라크 아르빌을 전격 방문한 것은 그가 밝힌 대로 자이툰 부대의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것은 외견상의 이유다. 이번 방문엔 보다 깊은 뜻이 함축돼 있고, 그것은 '한.미동맹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미국 등에 알리려는 것이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노 대통령은 프랑스 방문에서 북핵 문제를 언급하면서 "누구랑 얼굴을 붉혀야 한다면 붉힐 것"이라고 하는 등 미국의 대북 강경파를 겨냥하는 듯한 말들을 했다. 그래서 그런 발언이 한.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국내외 일각에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그래도 미국의 동맹임을 실감케 하는 현장을 노 대통령이 찾았다.

이는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것이 한.미동맹을 흔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미국 등에 인식시키기 위함이라고 당국자들은 강조했다. 이들은 "노 대통령의 북핵 관련 발언이 다분히 의도적이었던 것은 자이툰 부대에 대한 방문을 미리 비밀리에 계획했던 것과 연관이 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의 방문은 또 이라크 파병 연장동의안 처리를 앞둔 국회를 압박하는 측면도 있다. 노 대통령이 몸소 아르빌을 찾음에 따라 동의안에 반대하는 일부 여당 의원들은 이제 강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됐다. 그래서 8일 국회 국방위를 통과한 동의안이 정기국회 폐회일인 9일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외국에 파병된 부대를 격려방문한 사례는 과거에 있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6년 10월 베트남 참전 7개국 정상회담 참석차 필리핀을 방문하던 중 베트남 전장을 전격 방문한 적이 있다.

박신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