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전경련 불법자금 거부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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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치권에 뒷돈을 대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여야는 9일 "환영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이념에 맞는 후보를 선호할 수 있다"는 손병두(孫炳斗)전경련 부회장의 언급에 대해서는 여야의 시각이 달랐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전경련의 방침은 당연하며,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치권도 이를 존중해 맑은 정치를 실현하는 데 여야가 합심 노력하자"고 말했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수석대변인은 "우리 당은 이미 3억원 이상 법인세 납부시 그 1%를 정치자금으로 하자고 제안해 왔다"고 말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대변인도 "우리 당은 이번 대통령선거부터 완전 선거공영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해온 만큼 전경련의 의견을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대선이 가까워지면 재계가 음성적인 정치자금 제공 유혹에 다시 빠질 수도 있다"며 전경련 발표의 현실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전경련 차원의 후보지지 문제에 대해 민주당에선 ""특별한 선을 긋고 지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沈載權 기획조정위원장)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관치경제가 심화된 데 따른 재계의 '정체성 찾기 선언'으로 본다"며 이해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문제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고려대 이필상(李弼商·경영학)교수는 "정치권이 선거 공영제·선거자금 사용 내역 공개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여야의 환영은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李교수는 "재계도 정당·후보에 대한 선호를 밝힐 경우 또다시 정경유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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