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진 이들은
둘만의 집이 필요하지요.
'지을 수 없다면' 잠깐 깃들
방이라도 빌려야 하고요.
집없는 그들의 임시 거소는
고즈넉해도 좋을 테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한가요?
눈감으면 코 베어 가는 세태,
사랑도 빨라야 합니다.
하여 '그들만의 방'이
러브호텔로 불리게 됐죠.
은밀해야 할 사랑이
현란한 불빛으로
사람들 눈을 어지럽게 한
즈음부터였을 거예요.
사랑이라는 단어가
반사회적이고 비교육적인
불온한 용어로 변질된 것도
어쩌면 스스로 통제가 안 된
그때부터였을 거고요.
'사랑'이 개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가 된 것도
그 무렵부터였던 것 같네요.
해도 달도 별도 아니면서
눈과 마음을 괴롭히는
불빛을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 현란한 불빛과 그
그림자 때문에 괴로운
네온사인을 이제야
제한하겠다고 나선
무리가 있군요.
내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시 미관을 해치는
러브호텔 네온사인 조명을
정비하기로 했다고요.
러브호텔 조명이 타인의
'미관'을 해칠 정도라면
제한하는 게 당연하지요.
그런데 '정비의 필요성'조차
아직 못 깨달은 다른 지자체
실무자들은 언제쯤 돼야
'도시의 미관'을 제대로
깨달을까요? 온 나라, 온
도시가 촌스러운 광고판에
완전히 점령당한 뒤에?
*부산시는 내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시 미관을 해치고 내외국 관광객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는 이유로 강렬하고 현란한 러브호텔의 네온사인 조명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송은일<소설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