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창의력 위해 수업 줄인게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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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7일 발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 결과를 두고 이에 참여한 선진국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번에 나타난 학력차가 향후 경제성장을 예고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실시된 이번 조사에는 OECD 29개국을 비롯, 모두 41개국의 만 15세 학생 28만여명이 참여했다.

일본 교육계가 충격에 빠졌다. 7일 발표된 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에서 일본 고교생의 학력이 2000년에 비해 크게 추락한 것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분야별로는 41개국 가운데 ▶독해력 14위▶수학 응용력 6위▶과학 응용력 2위▶문제해결능력 4위로 나타났다. 2000년 조사에선 수학 1위, 과학 2위, 독해력 8위였다.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상은 "일본이 정체한 사이 다른 나라에 따라 잡혔다"며 "일본은 이제 동양의 늙은 소국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전문가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실시해 온 이른바 '여유 교육(유토리 교육)'을 학력저하의 주범으로 꼽았다. 학생의 개성과 창의력 존중을 명목으로 수업시간과 교재분량 등 학업 부담을 줄여 온 것이 실은 공부를 안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2002년 공립학교의 주 5일 수업실시에 맞춰 교과과정을 더 줄이고 체험학습을 중시하는 쪽으로 개편되면서 더욱 강화됐다.

이번 조사에서 숙제와 학원수업 등 학교 이외의 공부시간은 일본이 주 평균 6.5시간으로 러시아(18.4), 이탈리아(12.8), 한국(12.7시간)에 크게 못 미쳤고 OECD 평균 8.9시간보다 짧았다.특히 독해력 저하가 도마에 올랐다. 세계 제일의 출판시장을 거느린 독서대국 일본의 체면에 손상이 간 것이다."(공부 이외에) 취미로는 독서를 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이 53%로 참가국 중 가장 높았다. 문부과학성의 한 간부는 "휴대전화 메시지로 단문을 주고받는 풍조에서 어떻게 논술 능력을 높이겠느냐"고 말했다.

도쿄=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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