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합쳐 은행인수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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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산업자본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현행 은행법에 위배된다는 법률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동부그룹 중심의 컨소시엄 등 민간 기업들이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등 서울은행 매각 구도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재정경제부는 6일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문제에 대해 지난달 외부에 법률검토를 의뢰한 결과 현행 은행법상 동일인 주식보유한도 제한 조항에 저촉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은행법 15조에는 동일인이 금융기관의 주식을 4%를 초과해 소유하거나 사실상 지배할 수 없으며,'사실상 지배'에는 타인 명의 소유나 담합에 의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경부의 의뢰를 받은 예금보험공사 정치영 변호사가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컨소시엄 형태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담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정변호사는 "만약 기업 컨소시엄 형태가 인정된다면 모든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은행을 소유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불허하고 있는 은행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동부 컨소시엄이 서울은행을 인수하는 것은 '담합'에 대한 부분을 개정해야만 가능하다고 정변호사는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은행법 개정안에는 동일인 보유한도를 산업자본은 10%까지, 금융전업기업은 그 이상으로 확대하는 부분만 수정됐을 뿐 '담합' 부분은 손대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동부측은 모 법무법인에 의뢰해 "경영권 공동행사에 대한 약정만 체결한 컨소시엄은 동일인으로 볼 수 없고,이 컨소시엄이 '사실상 지배'를 하더라도 법 위반은 아니다"는 해석을 받아놓은 상태여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신복영 전 서울은행장이 이끄는 동부컨소시엄은 3백81개 업체(개인 포함)로 컨소시엄 구성을 완료하고 지난해 서울은행 실사까지 마친 상태다.
정부는 서울은행 처리방향에 대해 우량은행과의 합병이 최우선 순위며 민간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것은 그 다음에 고려할 사항이라고 밝힌 채 결정을 미루고 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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