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韓國' 잘 터진다 삼성·LG 등 올 수출 100억불 넘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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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0년 삼성전자의 휴대폰 수출은 30억달러(2천60여만대). 세계시장의 5%를 차지하며 노키아·모토로라 등에 이어 휴대폰 수출 6위 기업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수출은 38억달러(2천2백여만대). 삼성전자측은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시장점유율이 8%를 넘어 독일의 지멘스를 제치고 세계 4위 업체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2000년 10위권 밖에 머물던 LG전자도 지난해 10억달러(7백35만여대) 상당의 휴대폰을 수출하며 세계 8위권으로 올라섰다.
국산 휴대폰이 세계시장에서의 위상을 급속히 높여가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수백만대 수출 계약이 잇따르고, 신흥 중국시장을 노크하는 손길도 분주하다. 삼성전자는 미국 스프린트사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을 진행 중이고,팬택·세원텔레콤 등 중견 기업들도 중국에 35만~2백10만대를 수출키로 최근 계약했다.
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84억달러, 올해는 1백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임호기 과장은 "이에 따라 세계시장 점유율도 생산량 기준으로 지난해 15%에서 올해 2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국산 휴대폰의 이같은 호조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능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LG전자 서기홍 부사장은 "우리나라 휴대폰은 세계 어느 곳보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살아남은 제품들"이라며 "컬러 휴대폰, 3세대 서비스 등에 대해 최근 선진국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첨단 기능과 감각적 디자인=세계 최초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등 우리의 단말기 개발 및 생산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 수출이 늘고 있는 것은 아날로그·CDMA·시분할다중접속(TDMA) 등 다양한 방식의 이동전화 서비스가 제공되는 점을 감안, 세 방식이 모두 지원되는 트라이모드(Tri Mode) 휴대폰을 내놨기 때문.현지 시장에 없던 음성인식 다이얼기능 등을 추가하고 3세대 이동통신 전화기로 첨단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심어준 것도 한몫 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컨슈머리포트 2월호는 삼성의 휴대폰(SPH-N200)을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했다.
바(Bar)타입의 투박한 검은색 단말기가 대부분이었던 미국과 유럽에 첨단 디자인을 선보인 것도 국내 업체들이다. 삼성·LG 등은 국내에선 이미 보편화된 아이보리·은색 등의 듀얼폴더형 단말기로 현지인의 눈길을 끌었다. LG전자 디자인연구소 김영호 책임연구원은 "뉴욕·LA 등 주요 도시에서 3년여 동안 소비자 취향을 파악해 현지인 입맛에 맞는 경박단소형 디자인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고가 중심의 마케팅 전략=중국에서 팔리는 삼성 듀얼폴더형 휴대폰의 가격은 7천위안(약 1백12만원) 수준. 중국인의 3~4개월치 월급에 해당하지만 날개돋친 듯 팔려 1년 만에 시장점유율 5%를 넘어섰다. LG전자가 미국의 버라이존과 스프린트에 공급하는 휴대폰은 3백달러(약 39만원)가 넘지만 월 30만대 이상 팔릴 정도다. 노키아·모토로라 등 선발업체들이 휩쓸고 있는 중저가 시장을 피해 세련된 제품을 원하는 20~30대 고소득층을 파고든 결과다.
그러나 국내 업체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우선 수출품이 대부분 CDMA 제품이어서 이동전화의 양대 산맥인 TDMA(유럽은 GSM)시장에서는 다소 부진하다.노키아·모토로라 등 선진업체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 것도 문제다. 모토로라 코리아의 정갑근 전무는 "기존 업체의 시장을 빼앗는 방식보다는 매니어 등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윤·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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