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는 일 돈 안돼도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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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누가 억지로 시켰으면 절대로 계속할 수 없었을 겁니다. 내가 좋아서 취미로 시작했던 일입니다. 그게 직업이 되고 사회의 인정도 받으니 행복합니다. 천직이라고 할까요," 1997년 월간미술 대상 특별부문 장려상을 받았을 때 수줍어하며 한 말이다.
그는 기존 자료의 오류를 바로잡는 파수꾼으로 이름 높다. 월북작가 김용준(1904~67)의 중앙고보 시절 학적부를 발견해 한자 이름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름을 밝혀낸 것도 그다. 지난해 이인성 회고전 때는 '노란 옷을 입은 여인'에 적힌 작가 사인과 제작연대가 사후에 추가된 것임을 밝혀냈다. 90년 발행된 한국 『근대회화 선집』에 작품이 실렸을 때는 사인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고졸이었던 그는 85년에 성균관대 한국사서교육원을 수료해 2급 사서 자격을 얻었고 93년엔 서울산업대 금속공예과를 졸업했다. 99년엔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국내 미술자료 실태와 관리개선 방안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박사과정 진학이나 대학강사가 된다는 꿈은 갖지 않는다고 한다.
'돈이 되지 않는'미술 자료에만 매달리다보니 지금도 서울 남현동의 18평짜리 단독주택에서 전세를 살고있다. 그는 아내와 아들·딸이 "훌륭한 일을 하시는 것"이라며 성원을 보내주는 것이 가장 고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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