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지금 바꿨나"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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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승수(韓昇洙)외교통상부 장관의 교체는 1·29 개각 때의 정치인 배제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4일 설명했다. 한·미 외무장관 회담을 위해 출국했기 때문에 교체를 미뤘을 뿐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韓장관도 이 원칙을 받아들여 한·미 외무장관 회담 직후인 지난 2일 사의(辭意)를 밝혀 왔다고 한다.
이한동(李漢東)총리도 의원이지만 무소속이어서 민국당 소속인 韓장관과 다르다고 한 관계자는 강조했다.
韓장관 재임 중 한·일 관계가 내내 삐걱거렸고, 정부가 중국의 한국인 마약사범 처형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대응한 점 등도 교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한·미간 이견이 노출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의 교체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받아들여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韓장관은 취임 때 미국이 환영 논평을 냈을 만큼 미국통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오는 19일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韓장관은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이 문제를 주로 논의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정부는 이 회담을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중대한 고비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이상주(李相周)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달 개각 때 그의 교체를 내비친 것이 한·미 외무장관 회담의 김을 뺐다는 얘기도 나온다.
더구나 한·미간 외교 조율이 민감한 시점에 임명된 후임이 최성홍(崔成泓)장관이라는 데 대해서도 말이 많다. 崔장관은 구주국장을 지낸 유럽통으로 미국과는 유엔 차석대사로 근무한 인연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중국·러시아 근무 경력도 없다.
그러니 정부가 내건 4강 외교 강화의 적임자로 보기는 어렵지 않으냐는 것이다. 대통령과 동향이라는 점에서 정치색이 짙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후임 차관으로 기용된 김항경(金恒經)차관까지 공보관·영사교민국장을 지내 정책과 거리가 있다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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