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준 게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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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9면

2000년 10월 금감원이 정현준(鄭炫埈·34) 한국디지탈라인(KDL)사장과 이경자(李京子·여·58)동방금고 부회장이 벌인 신용금고 불법 대출사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초 부도덕한 벤처 기업인과 사채업자가 공모한 단순 불법대출 사기극이었던 이 사건은 국가정보원·국세청·금감원 등 권력기관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증폭됐다.
핵심 관련자들의 해외 도피와 검찰의 축소수사 의혹까지 제기돼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는 휴화산(休火山)으로 남아 있다.
◇수사 내용=鄭씨는 1998년 KDL을 인수한 후 20여개 정보통신 계열사와 동방금고 등을 설립 또는 인수하면서 벤처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그러나 금감원의 검찰 고발로 수백억원대의 불법 대출과 횡령 혐의가 드러났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鄭씨 등은 금감원·국정원·청와대 직원 등에게 거액을 주며 전방위 로비를 벌였음이 드러났다. 이 여파로 장내찬(張來燦)전 금융감독원 비은행검사1국장이 자살했고, 경찰조사에 대한 무마비조로 4억여원을 받은 청와대 직원과 세금감면을 약속한 서울지방국세청 감사반장 등이 구속됐다.
검찰은 그러나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 등이 금감원 검사에 대한 무마비조로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조사하지 않았다. 결국 1년 뒤 재수사 끝에 사실로 확인됐다.
◇규명해야 할 의혹=鄭씨등의 정·관계 로비 창구로 알려진 동방금고 사장 유조웅(柳照雄)씨와 신양팩토링 사장 오기준(吳基俊)씨가 사건 직후 해외로 도피, 이들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鄭씨 등은 검찰에서 "柳씨와 吳씨를 통해 금감원 관계자 등에게 주식과 금품을 줬다"고 주장했으나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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