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스낵바의 '非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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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람이 먹는 것 가지고 트집을 잡으면 추한 일일 수도 있다. 지난달 31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공연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로비. 정문을 들어가면 오른쪽에 작은 바가 있다. 각종 음료수와 샌드위치 등을 파는 곳이다. 옆에는 그럴듯한 쉴 곳도 마련돼 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인터미션(중간 휴식)때 일어났다. 주연 강수진을 보러 온 만원 관객들이 허기를 달래거나 목을 축이러 밀려 나왔다. 인터미션은 20분. 음료수 한 잔을 마시며 서로 공연 감흥을 얘기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바로 그런 교감이야 말로 살아있는 문화체험이다.
그러나 그 커피 한잔 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30여m는 족히 늘어선 관객들은 커피 한잔 마시기 위해 시간에 쫓겨가며 발을 동동 굴렀다."(인터미션이)몇분 남았지" "커피 한잔 하는 게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관객들의 원성은 높아만 갔다.
이런 와중에 한 직원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줄 중간을 뚝 자르고 "옆으로 나와 돈 계산부터 하라"며 무례를 서슴지 않았다. 기자가 보기엔 그냥 놔두었다간 손님을 놓치게 생겼으니 돈부터 받자는 심사였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줄을 끊다보니 차례가 흐트러졌고 관객끼리 '내가 먼저니, 네가 먼저니' 하는 사소한 언쟁도 없지 않았다.
그런 '전투' 끝에 마신 커피 등 음료수의 값도 문제였다. 자판기 커피의 컵보다 약간 큰 컵 하나가 3천원. 시중의 페트병에 들어있는 것을 그대로 부어 파는 오렌지주스 한잔이 4천원이었다. 이날 아들 손을 잡고 주스 한 잔을 산 중년 남자는 "어떻게 이런 서비스로 4천원을 받느냐"며 역정을 냈다.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의 최고 공공 문화 공간으로서의 이미지뿐 아니라 그날 공연의 인상까지 구기는 이런 구차스런 풍경을 개선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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