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친정체제 강화] '장성택 사건'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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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구조조정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조직지도부 장성택(58) 제1부부장의 좌천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당 속의 당'인 조직지도부를 이끌어온 그가 좌천되면서 노동당을 대대적으로 수술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가 물러나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측근의 호화 결혼식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 2월 장성택 제1부부장 부하인 부부장의 딸 호화 결혼식을 문제삼아 그를 김일성 고급 당학교로 내보낸 것으로 안다"며 "이 결혼식에 갔던 것으로 알려진 이광근 무역상, 최용수 인민보안상 등 고위 당간부 10여명도 함께 좌천됐다"고 말했다. 이 무역상은 40대에 장관이 돼 김 위원장이 추진 중인 '세대 교체의 상징'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일에 싸였다가 인민보안상이라는 요직을 맡아 주목받았던 최 인민보안상도 취임한 지 1년이 안 돼 물러났다. 이런 점에서 이번 숙정 작업은 북한 지도부에 엄청난 충격을 줬다고 한다. 조직지도부에는 장성택을 포함한 제1부부장 4명, 그 아래 부부장 9명이 있다.

장성택의 좌천은 후계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그가 한때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만큼 후계작업 차원에서 그와 측근 세력들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장성택의 신병 이상설도 지난해 말부터 끊이지 않았다. 그는 신장과 안과 질환으로 프랑스에서 치료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10월 북한 경제시찰단 일원으로 8박9일 동안 우리 산업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던 그는 2003년 10월 '김정일 총비서 추대 6주년 중앙보고대회' 참석 이후 공개활동이 보도되지 않았다.

정용수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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