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의 合黨 고민 兩甲·이수성진영 잇단 접촉 감지 "뭔가 심상찮다" 합당 반대로 급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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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월 정계개편은 사실상 무산된 것 같다. 민주당 이인제 고문이 강력 반대했다. 자민련과의 합당은 사실 李고문이 먼저 주장했다. 지난 연말이다. 그때도 JP는 내각제 얘기를 했다. 그런데 이번엔 안된다고 했다. 내각제 반대를 이유로 들었다. 합당을 음모로 봤기 때문이다. 영남후보론을 의식한 것이다.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나하는 의심이 들어요." 이인제 고문의 측근인 박범진 전 의원의 얘기다.
정계개편이 곧 있을 것이란 얘기는 민주당 정대철 의원이 했다.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다. 鄭의원을 만났다. "나도 들은 얘기예요." 정균환 의원과 김한길 전 장관을 지목했다. "두 사람이 어디 개인 판단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입니까?" 배경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였다.
"뭐라 하던가요." "이인제 갖고 되겠느냐"는 요지라고 했다. 특히 김윤환 민국당 대표와도 깊은 얘기를 한 것 같다는 것이다. 김윤환 대표를 찾아갔다. 마침 JP의 처남 박준홍씨가 와 있었다. 옆방에서 기다리던 중 본의아니게 대화내용을 듣게 됐다.
"JP는 합당보다는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을 원하십니다."
"일단 둘이라도 합쳐놓고 봐야 할 것 아이가."
金대표가 압력을 가하는 분위기였다. 두 당의 합당 움직임은 연말에도 있었다. 그때 JP는 이수성 전 총리를 자민련 총재에 앉히려 했다. 李전총리는 두 당의 합당을 요구했다. 그러나 金대표가 반대했다.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을 원했기 때문이다. 金대표와 JP의 입장이 한달사이에 뒤바뀐 것이다.
金대표에게 물었다.
"합당을 하면 민주당 대권경선은 어떻게 하나요?"
"이수성 등도 포함해야 하는 것 아이가."
서두르는 이유가 궁금했다. 동문서답이었다.
"얼마 전 서상목이가 찾아왔더구만." 그가 이회창 총재와의 화해를 제의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李총재보고 사과부터 하라고 했지." 거절하지 않았다는 게 의외였다. "그런데 진짜 사과하면 큰일 아이가. 그전에 뭔가 만들어져야지."
걱정을 하는 건지, 기대를 하는 건지 분간이 안됐다. 어느덧 그의 손엔 카드하나가 더 쥐어져 있었다. 한나라당의 화해제의 카드다. 그것으로 민주당을 압박하려는 듯했다.
"정 안되면 한나라당이나 밀어줄까?" 반쯤은 농담처럼 흘리듯 말했다. 그러나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金대표는 동교동 주류의 움직임이 관건이라고 했다.
권노갑 전 고문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인제 고문과의 관계를 물었다. 그는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드러나지 않은 게 있다. 하와이의 權전고문은 이수성씨와 몇차례 전화를 했다. 李전총리의 측근이 이를 확인했다. 權전고문이 뭐라 했는가를 물었다.
"잘하고 있으라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아요."
한화갑 고문도 마찬가지다. 이수성씨 쪽 사람과 만나고 있었다. 韓고문도 이를 확인했다. 합당론에 동조한 배경이 짐작된다.
이인제 고문이 이같은 흐름을 모를 리 없다. 더군다나 이훈평 의원은 權전고문의 오른팔이다. 그가 이인제 캠프 특보단장직을 고사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합당반대론의 주된 이유가 됐다. "알고도 당하진 않아요." 측근의 얘기다. 요지경 정치판이다.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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