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게이트 악재에 메디슨 부도 여파 벤처업계 신규사업 차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중소기업 정책자금 가운데 벤처투자조합에 대한 출자 지난해 3천1백억원에서 올해 2천7백50억원을 줄여
▶정책자금의 운용 투명성·건전성 확보 위해 직접대출 10억원 이상인 기업이 제출하던 회계감사보고서를 총대출(직접대출+대리대출) 30억원 이상인 기업도 제출토록
▶자금지원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종전 5백개업체에서 8백개 업체로 늘려
▶전경련,벤처기업 등급평가사업 실시 위한 부회 운용
▶경실련·정보통신부 등 정부 12개 부처의 벤처지원자금 집행내역 공개요구
▶산업은행,벤처투자실 대폭 물갈이 및 투자업무 감시강화 | 전자상거래 솔루션 개발업체인 P사는 최근 유상증자를 마감한 결과 목표액(1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억원 정도만 모았다. 이 업체 사장은 "당장 올해 신규사업에 차질을 빚게 됐다"며 "최근 어수선한 벤처업계 분위기가 악재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각종 게이트와 메디슨 부도 등 벤처업계의 악재가 잇따르면서 투자가 줄어들고 일부 벤처업체들의 사업이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이 가시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벤처펀드 결성액은 3백19억원으로 지난달 1천5백99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연말 실적을 의식한 '밀어내기'식 펀드결성으로 연초면 펀드결성이 줄어드는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감소 폭이 너무 크다. 최근 벤처업계의 물의에 따른 투자자들의 몸사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퍼주기식 지원'이라는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벤처투자조합에 대주는 출자금을 줄이겠다는 방침도 한 원인이 됐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잇따른 벤처게이트 이후 민간의 투자마인드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투자조합 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투자조합이 벤처기업의 큰 돈줄이었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벤처경기 활성화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도 더욱 조심스러워졌다.KTB네트워크의 한 투자심사역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여러 항목 중 CEO에 대한 평점을 사실상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말했다.
CEO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최소 두세 달의 관찰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벤처캐피털로부터 벤처업체로 가는 자금흐름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벤처업계의 위축 분위기는 '윤태식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은 생체인식 보안업계의 경우 특히 심하다. 지문인식업체인 S사는 신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게이트가 잠잠해진 뒤로 출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코스닥에 등록한 T사는 등록 전 대규모 기업설명회(IR)을 기획했다가 "시기가 좋지 않다"는 주간사의 만류로 기관투자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명하는 것으로 IR를 대신했다. 정통부의 보안관련 부서들도 구설수를 의식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의 '맏형'격인 메디슨이 부도난 의료장비 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
'메디'자로 시작되는 20여개의 의료 관련 업체들은 메디슨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거래선에 알리는 것이 영업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지윤·이현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