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8군사령부 학살 직접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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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영국의 BBC방송은 1일 한국전쟁 발발 직후 미8군 사령부가 예하부대에 전투지역 내에 있는 민간인들을 적으로 간주, 모두 사살하라는 지시를 내렸음을 입증하는 당시 내부 문서를 공개했다.<사진, 본지 2월 1일자>
BBC는 이날 오후 방송한 '모두 죽여라'(Kill'em All)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8군 사령부는 1951년 1월 1일자로 1,9,10 군단 및 한국 육군에 "각 군단은 전투지역 내를 이동하는 모든 민간인을 저지하기 위해 폭격을 포함,사격을 가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의 '후속지침'(문서번호 11802 B·2급 비밀)을 보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또 50년 7월 26일 당시 25사단장 킨 장군은 당시 한국인 지역 경찰 책임자에게 "전투지역에 접근하는 모든 민간인을 적으로 간주해 사살할 것"(consider as unfriendly and shot)을 통보했다. 작성자가 밝혀지지 않은 이 날짜 25사단 일지의 한 항목(일련번호 736)에 기록돼 있는 이같은 지시는 충남 노근리학살사건의 하루 전, 마산 곡안리 학살사건 보름 전에 내려진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군이 50년 8월 11일 마산시(당시 창원군) 진전면 곡안리 주민 80여명을 집단총격으로 학살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 상황일지는 또 한국 경찰 28명이 25사단에 파견됐음을 보여줘 한국측이 피란민 통제(사살)정책을 지원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또 50년 7월 25일자 미 5공군 팀버레인 장군에게 보낸 '기총소사에 관한 정책'이란 이름의 메모에는 "육군이 부대에 접근하는 모든 피란민에 대해 기총사격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메모를 작성한 터너 로저스 대령은 "민간인 사살이 차후 드러날 경우 유엔과 미국정부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북한군으로 판명된 경우에만 사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BC측은 이같은 증거는 "미 정부가 줄곧 '노근리 사건을 비롯, 한국전쟁에서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미국의 공식 지시는 없었다'고 한 주장을 뒤집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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