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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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할인점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의 이승한 사장은 신임 점장에게 두 가지 선물을 한다. 점장의 이름이 새겨진 가죽의자와 구두 한 켤레를 신임 선물로 준다. 사장은 "점장에게 자긍심과 책임감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죽의자에 점장의 이름을 새겨주는 것은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려는 것이다.
그 의자는 점장 개인의 소유여서 나중에 보직이 바뀌어 점장에서 물러나거나 회사를 그만둘 때 집에 가져가도 된다. 구두를 선물하는 것은 매장을 열심히 누비고 다니라는 격려와 당부의 뜻을 담고 있다.
사장은 "지난해 미 백악관 회의실에 들렀을 때 수석비서관들의 의자에 이름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명예와 권위를 상징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는 설명을 백악관 직원에게서 듣고 이를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말했다.
점장이 의자에 앉아 일을 할 때는 품위를 잃지 말고, 매장에 나가 일을 할 때는 구두 뒷굽이 닳아 없어질 만큼 열심히 하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홈플러스에서 점장 구두는 일의 상징으로 통한다. 사장으로부터 맨 처음 구두를 선물받은 직원은 1998년 대구점장으로 발령난 도성환 상무다. 그가 대구점장으로 근무하면서 신던 구두는 경기도 안산점에 있는 홈플러스 박물관에 기념품으로 영구보관 중이다.
할인점 점장은 대개 부장급이지만 요즘에는 과장급 점장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처우와 각종 혜택은 임원급을 방불케 한다.
홈플러스의 경우 중형승용차(SM5)가 주어지고 지방에 근무하면 40평 이상의 아파트를 회사가 임대해 준다.
권한과 책임도 막중하다. 매장의 운영을 책임지는 점포의 수장이자 지역행사에 회사대표로 참석하는 지역사령관 역할도 한다.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1천여명에 이르는 인력과 수만개의 상품을 제대로 챙겨야만 능력을 인정받는 자리다.
이승한 사장은 "2005년까지 점포를 모두 55개로 늘릴 계획"이라며 "입사 후 8년 만에 점장에 오르는 직원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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