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수제한 해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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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시가 20년 동안 건물 높이를 4층 이하로 제한해 온 성북구 화랑로 등 도로변 23곳 32만평에 대한 건물 층수 제한을 풀었다.
시는 "그동안 획일적인 고도제한 규정이 특색있는 시가지 조성을 가로막았다"며 "층수 제한은 해제하되 마구잡이 개발을 막기 위해 건폐율과 용적률 제한은 그대로 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지역에 따라 고층 건축이 가능한 곳도 있어 마구잡이 개발이 우려된다"는 입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고도 제한 철회=서울시는 31일 사적지와 전통건축물 등의 미관을 유지·보호하기 위해 1983년 지정한 '역사문화미관지구' 23곳을 층수 제한이 없는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표 참조>
미관지구는 20~25m 넓이의 도로변 양쪽 경계선에서 너비 12~20m 안에 세가지로 나뉘어 지정된다. 이 가운데 역사문화미관지구는 건축이 4층 이하로 제한되며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칠 경우 6층까지 지을 수 있다. 반면 중심지와 일반미관지구에는 고도제한이 없다.
이들 세 지구는 최대 건폐율 60%, 용적률 2백50%가 똑같이 적용되며 위락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 대부분이다.
현재 서울에는 ▶역사문화 1백16곳▶중심지 1백8곳▶일반 30곳 등 2백54곳의 미관지구(2천2백20만8천㎡)가 있다.
◇마구잡이 개발 우려=시민단체들은 고도제한 해제로 지역에 따라서는 10층 이상의 슬림형 고층 건물 신축이 가능해져 스카이라인 파괴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김성달 간사는 "획일적인 규정을 푸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부 지역은 용적률이 4백%로 확대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일반미관지구로 풀린 영등포로변(4만8천㎡)의 경우 일부 준공업 지역이 끼어 있어 마구잡이 개발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시민단체들은 "시가 지난해 북한산·남산을 낀 도로변의 층수 제한을 보류했다가 한꺼번에 푼 것도 선거를 앞두고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고 주장했다.
◇"정당한 규제 완화"=서울시는 알맹이가 바뀐 것은 없으며 다만 건물 용도에 따라 건폐율을 60% 이하로 낮추면 1~2층 정도는 더 올릴 수 있도록 융통성을 준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일반미관지구로 바뀐 23곳의 경우 건폐·용적률 제한은 물론 건물 높이가 도로폭의 1.5배를 넘을 수 없는 '사선(斜線)제한'이 계속 적용돼 고층 건물을 절대 지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문승국(文承國)도시계획과장은 ""역사·문화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는 강남대로와 논현로 등도 역사문화미관지구로 묶여 있다"며 "앞으로 규제를 더 풀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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