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 과열 방지 위해 청약증거금제도 도입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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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아파트 청약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청약증거금제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청약증거금제는 주택 공급가격의 일부를 청약 전에 예치하고 증거금을 예치한 사람만 분양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건설교통부는 29일 최근 집값 상승의 여파로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지나치게 높아짐에 따라 청약증거금 제도 및 청약예금 배수제 등 아파트 청약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1순위가 되는 청약예금 가입자가 현재 약 1백60만명에서 3월 말 2백20만명, 4월 말 3백만명 정도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분양 경쟁률의 지나친 과열현상이 우려되는 데 따른 것이다.

건교부 최재덕 주택도시국장은 "다시 분양권의 전매를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청약증거금제도나 청약배수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청약증거금제가 도입되면 청약 신청자는 분양가의 일정 비율(통상 10%)을 증거금으로 내고 당첨 후 15일 이내에 계약을 할 때 분양가의 20%를 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청약증거금은 당첨시에는 계약금으로 전환되며, 낙첨될 경우에는 되돌려 받게 된다. 또 당첨과 낙첨 모두 예치기간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의 이자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청약 1순위자가 이같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은 2000년 3월 청약예금 및 부금 가입 자격이 세대주에서 20세 이상 성인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당시 늘어난 가입자들이 올 3월이면 2년이 경과해 1순위자가 되는 데 따른 것이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박사는 "최근 서울에서 공급된 민영주택의 50% 정도가 분양권이 전매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분양권 전매에 따른 프리미엄은 실수요자에게 전가되는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한데 청약증거금제도는 투기 수요를 막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호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현금 동원력이 있는 가수요자만 유리하게 해줄 뿐"이라고 지적하고 "마치 판돈을 걸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즉 청약증거금을 내는 장치로 막을 수 있는 가수요보다는 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국토연구원 윤주현 연구위원은 "무주택자를 위한 청약저축을 제외한 민영주택의 청약예금은 폐지할 때가 됐다"고 지적하고 "주택저당채권유동화제도의 도입 등으로 주택자금확보 수단으로서의 의미도 줄어든 만큼 시장 진입의 장애요인인 청약제도 자체를 없애는 방안이 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밝혔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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