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개각] 세번째 입성 박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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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지원(얼굴) 신임 청와대 정책특보는 지난해 11월 8일 김대중 대통령(DJ)이 민주당 총재직을 사퇴하던 날 정책기획수석직을 물러나면서 "비서는 입이 없다"고 말하고 청와대를 떠났다. 그가 2개월21일 만에 돌아왔다.

현 정권출범 때 청와대 대변인을 맡았던 그의 청와대 입성은 이번이 세번째다. "DJ 마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여권 주변의 얘기가 틀리지 않음이 다시 확인됐다.

金대통령이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그를 정책특보로 기용한 것은 임기말 권력의 중심을 잡아줄 최상의 참모라는 신임 때문이다.

朴특보는 야인(野人)으로 있으면서도 수시로 金대통령을 만나 조언해 왔다. 개각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작업을 마무리한 28일 밤에도 그는 청와대 대통령 관저에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암약하도록 하기보다 그의 존재를 현실화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노태우.김영삼 대통령 시절엔 정치특보가 있었지만 정책특보라는 직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개각 내용을 발표한 이상주 전 비서실장은 "朴특보가 대통령의 정치.정책적 업무를 보좌하고 조정역할을 하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를 제외한 국정의 전반을 두루 챙길 것이라는 말이다.

한나라당에선 그가 '반(反)이회창 세력의 연합'이란 신(新)정계개편을 추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고 의심한다.

여권 일각에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추진 등 DJ의 대북 사업을 마무리하는 특수 업무도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1999년 5월~2000년 9월) DJ의 밀사로 북한과 접촉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김정일 위원장과도 친분을 쌓았다.

하지만 朴특보는 그런 시각을 부인했다. 그는 '정치 뚝, 경제 온리(only)'라는 말로 정치.대북 문제 등에는 개입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야당에서 제기하는 정계개편설에 대해서도 "그걸 하지 않으려고 청와대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무리하도록 보좌하는 일에만 신경 쓸 것"이라는 게 그의 다짐이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 쇄신파의 시각은 차갑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국민이 지탄하고 야당이 극구 말리는 인사를 특보로 기용한 것은 대통령의 시국인식이 잘못됐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朴씨의 퇴진을 요구했던 민주당 쇄신파 의원들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상일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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