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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시대의 두 얼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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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무선기기는 전자파를 방출한다. 무선 전력의 경우 전자파 세기가 무선 통신보다 강하고, 실내에서 장시간 노출될 수 있다. 무선기기가 방출하는 전자파는 인체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인공심장박동기, 이식형 심장충격기(ICD), 파킨슨병 치료에 쓰이는 마이크로칩 등에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이식형 의료기기는 지난해에만 1만8000여 명의 환자에게 이식됐다. 미국 식품의약국 보고에 따르면 수퍼마켓에 설치된 도난방지 시스템의 전자파로 심장제세동기를 이식받은 환자가 쓰러진 사례가 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이식형 의료기기에 대한 전자파 영향 방지를 위한 지침’에서 휴대전화와 전파 이용기기에서 발생되는 전자파가 체내의 이식형 의료기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악수하면서 정보를 교환하는 인체통신 연구가 한창이다. 하지만 이런 전자파나 인체에 흐르는 전류가 인체와 이식형 의료기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정보기술(IT) 강국이던 한국은 현재 소프트웨어나 콘텐트 분야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IT의 역기능 분야에 대해선 후진국 수준으로 취약하다. 새로운 무선 신기술을 이용한 전자기기가 개발되면 인체 영향이나 이식형 의료기기에 대한 위해성(危害性)을 검증해야 한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해 세상이 편해질수록 그에 따른 역기능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과학과 기술의 대원칙이기 때문이다.

김덕원 연세대 의대 의학공학교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