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 '단골' 국정원] 대통령 친익척 관리 역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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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가정보원은 '게이트'의 산실인가.

정현준.진승현.이용호.윤태식 게이트 등 이른바 '4대 게이트'에 국정원 간부들이 2중.3중으로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과거 중앙정보부나 안기부 시절에는 공안.정치사건 등에 정보기관 직원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연이어 터진 굵직한 경제비리에 국정원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 핵심에는 국내담당 2차장 산하의 경제단이 있다. 이미 김은성 전 2차장, 김형윤 전 경제단장, 정성홍 전 경제과장 등 핵심라인이 정현준.진승현 게이트와 관련해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또 작고한 엄익준 전 2차장도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의 청탁을 받고 경제단을 동원해 진도 보물 발굴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이 확인됐다. 뿐만 아니라 진승현씨 로비의 핵심인물로 도피 중인 전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씨도 국정원 출신으로 김은성 전 차장의 소개로 陳씨와 연결된 인물이다.

이처럼 국정원 경제단이 각종 게이트에 줄줄이 연루된 것은 경제문제와 관련한 각종 고급정보를 취급하는 데다 정부부처.기관이나 기업체 등에 대한 영향력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위상 때문에 국정원 관계자들이 업자들의 로비를 받거나 이형택씨의 경우처럼 유력인사의 청탁에 따라 각종 이권사업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종 게이트에 국정원이 개입한 내용은 검찰 수사에서도 충분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사건에서는 국정원 관계자들이 매우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이 있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으나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검찰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정원의 파워와 보안에 철저한 정보기관의 속성 때문에 수사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문제가 불거져 검찰의 수사망이 압축되자 진승현 게이트의 김재환씨가 미국으로 달아났고, 윤태식씨의 국정원 로비 창구라는 의혹이 제기된 김종호(4급)씨도 잠적하는 등 관계자들의 수사 회피도 수사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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