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강산관광 지원대책 문제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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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3일 발표한 금강산 관광 지원대책은 '혈세를 민간사업에 퍼붓는다'는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듯 측면지원 방안 마련에 역점이 두어졌다.

하지만 근본대책보다 적자보전을 위한 협력기금 보조에 초점이 맞춰진 데다 육로관광과 관광특구 지정 등 북측의 근본적 조치가 뒤따를지 불투명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 어떤 내용이 담겼나=이산가족과 교사.학생에 대한 관광경비 보조는 협력기금법(제8조 남북주민 왕래 지원)에 따라 이뤄진다. 48만원 수준인 경비 중 10만~20만원을 생활형편 등을 감안해 차등지급하고 극빈학생이나 영세민 등은 전액 보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대측이 할인가격으로 관광을 먼저 시행한 뒤 통일부가 일괄적으로 차액을 협력기금에서 내준다.

금강산 입경(入境)수속을 밟는 통행검사소에 설치되는 외국상품 판매소는 현재 40만원이 한도인 북한상품 구입한도 외에 해외여행 때 관광객에게 허용되는 수준의 외국물품 구입.반입이 가능하다.

북한지역에 설치되는 데다 우리 관세법 적용에 한계가 있어 면세점과 구분되지만 기능은 비슷하다.

지난해 6월 관광공사가 승인받은 9백억원의 협력기금 대출금 중 이미 지급된 4백50억원에 대해 이율(연리 4%)과 상환조건(3년 거치 5년 균등분할)을 완화하는 방안은 공사의 적극적 참여를 겨냥한 것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아직 지급하지 않은 4백50억원 외에 별도의 협력기금 직접지원이나 월 20억~3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보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문제점은 없나=정경분리 원칙을 지키겠다던 입장에서 개입 쪽으로 태도를 바꿈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게 정부로선 큰 부담이다.

또 현대측은 연간 수학여행 대상 학생 63만명 중 30%인 18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붐이 조성될지는 불투명하다. '철조망을 따라 금강산을 다녀오는 게 통일교육이냐'는 지적이 있는 데다 손님을 뺏긴 경주.설악산 등 국내 수학여행지 주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미 4천5백억원의 자본금을 잠식하고, 협력기금 4백50억원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 현대측은 기사회생의 묘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밀린 관광대가 2천5백만달러를 받지 못해 우리 정부의 사업보증을 요구해온 북측이 이번 대책에 만족할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허문영(許文寧)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강산 관광에 투입된 비용은 남북 긴장을 누그러뜨린 평화비용 성격이 강하지만 정부가 정경분리 원칙을 번복하는 듯한 인상을 준 게 아쉽다"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경제를 주고 안보를 받아내는' 대북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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