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돋보기] 1인 시위도 업무방해할 만큼 지나치면 처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1인 시위의 내용이나 방법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할 만큼 지나칠 경우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는 "의료 과실로 어머니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면서 개인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혐의(업무방해 및 명예훼손)로 기소된 정모(4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법한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도 1인 시위를 벌인 것은 수단이나 방법이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이 병원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소리를 지르고 상복(喪服)을 입은 채 병원 앞 인도에서 의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인 것은 집회.시위의 자유뿐 아니라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2002년 12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 K내과의원에서 복통 치료를 위해 링거주사를 맞던 어머니가 갑자기 사망하자 병원 안을 돌아다니며 "여기는 살인병원이다"라고 소리치며 보상금을 요구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2인 이상이 불법 시위를 벌이는 경우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1인 시위는 집시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