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한암사 주지 원철 스님 전용극장 개관 공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하얀 눈이 내리네’ 포스터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원철 스님.

"연극은 득도를 위한 정진의 길인 동시에 대중 교화 수단입니다. 선방에 틀어박혀 도를 닦는 것은 인생이란 큰 연극에서 벌이는 허망한 일로 보일 뿐입니다."

'붓다를 훔친 도둑'의 원작자 원철(45.한암사 주지)스님이 지난 9월 충남 천안시 쌍용동 도심포교당에 연극전용 소극장 '한암아트홀'을 열고, 지난 4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자작 연극 '하얀 눈이 내리네'를 개관기념극으로 공연하고 있다.

원철 스님은 "'하얀 눈이 내리네'는 천안의 실제 인물을 모델로 삼았다"며 "친구 사이인 조직폭력배와 정치인, 그리고 한 여인, 우정과 애정으로 얽힌 세 명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남녀 간 사랑을 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대사에 나오는 거친 욕 등 '속세의 언어'를 알기 위해 조폭, 멜로 영화 비디오를 수백 편이나 밤새워 봤다고 한다.

원철 스님에게 무대는 구도(求道)의 길을 열어준 것이었다. 1979년 출가 후 전국의 선방을 전전하던 그는 90년대 초 서울 구룡사에서 연극 연출가 고 김상렬씨를 만나면서 문학 열정을 불태우게 됐다. 시.소설 등을 쓰며 연극인과 어울리다 '붓다를 훔친 도둑'으로 희곡에 입문했다.

원철 스님은 현재 땡추중.노숙자.창녀를 주인공으로 한 부조리극 '불타는 열차'와 법정 실화를 다룬 '제4호 법정'을 집필 중이다. 그는 "음향.조명시설이 뛰어난 한암아트홀에 조만간 가변 무대장치도 설치해 연극인에게 개방할 계획"이라며 "아트홀 일대를 예술인이 모이는 거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천안=조한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