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게이트 몸통은 친인척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이용호 게이트 관련 보물선 금괴 발굴사업 수익의 15%를 배분받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李씨는 현 정권 출범 후 적발된 첫 대통령 친인척 비리 관련자라는 점에서 의혹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검팀은 李씨 등 세명이 2000년 11월 사실상 李씨가 가장 많은 수익을 차지하는 내용의 '매장물 발굴협정서'를 작성, 공증받았으며 그 직후 李씨가 이용호씨를 보물선 사업에 끌어들였다고 밝혔다.

이용호씨는 이 사업을 자기 회사인 삼애인더스의 주가 띄우기에 이용하면서 주가조작 등으로 모두 2백56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결국 이형택씨가 금괴 발굴사업을 주도했으며 국가정보원 등 관계 당국이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된 것도 李씨가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게 특검의 견해다.

이형택씨는 1997년 대선 직전에 불거졌던 DJ비자금 사건에서 비자금 관리의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金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 때 李씨의 이용호 게이트 개입 의혹이 제기됐으나 李씨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다"며 완강하게 부인했었다. 그러나 이젠 명백한 위증이 되어버렸다.

이형택씨의 비리가 사실이라면 정권의 도덕성은 또 한번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 金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개혁, 부패와의 전쟁을 외쳤지만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 이어 친인척까지 게이트에 연루됐다면 할 말을 잃을 것이다. 특검은 금괴 발굴사업을 둘러싼 李씨의 관계 당국에 대한 청탁 내용, 주가조작 개입 여부와 부당이득금의 정치자금 유입설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 구속에 이어 권력층 봐주기 수사가 특검에 의해 잇따라 들통났으니 검찰은 또 얼굴을 못 들게 됐다. 신임 검찰총장은 수사팀을 엄중 문책함으로써 다시는 망신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