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미식축구에 찬밥된 골드컵 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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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미국에서 축구는 역시 찬밥 신세'.

20일(한국시간) 북중미 골드컵 한국-미국 경기가 벌어진 로즈보울 경기장의 본부석 빌딩 2층 기자실에서는 한·미 양국은 물론 중남미 및 일본 기자 2백여명이 몰려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실에 있던 대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의 눈과 귀는 기자실 한쪽의 TV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같은 시간 미국 전역에서 진행된 미국프로풋볼(NFL) 플레이오프 중계방송 때문이었다.현지 TV 스포츠뉴스 시간에도 온통 NFL 얘기 뿐이고, 미국에서 개최되는 골드컵 관련 보도는 물론 자국 축구대표팀이 승리했다는 소식은 아예 뒷전이었다.

모처럼 만에 국가대표팀 경기를 보려던 현지 교민들의 계획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다. 대회 주최측은 10만명을 수용하는 로즈보울 경기장의 본부석 왼쪽 2만석을 비워놓고도 더 이상 티켓을 발매하지 않아 한국 교민들은 표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공중파 TV들조차 NFL 플레이오프의 시청률 저조를 우려해 자국 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를 중계하지 않았다.

더욱 기막힌 일은 히스패닉 시청자들이 많다는 이유로 멕시코와 엘살바도르의 경기는 공중파로 중계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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