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닷컴기업 인프라 이젠 활용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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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 전 일본에서 열린 뉴비즈니스 포럼에 참여했다가 일본 기업들이 최근 한국 벤처기업 사냥에 매우 적극적인 것을 목격했다.

수천 명의 일본 기업가들이 한국 벤처기업의 활약상과 세계 제일의 인터넷 인프라에 놀라고 부러워했다. 우리 기업들이 변화한 모습이, 그리고 우리가 도전해 일궈온 지식상품들이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반도체나 조선분야 등에서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 선진국을 추월한 적은 있다. 그러나 남들이 못한 것을 만들어 그들에게 소개하고 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데 우리는 그 가치를 알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닷컴 거품이 가라앉아 모든 닷컴이 싸잡아 수익모델 없는 천덕꾸러기처럼 변해 버렸지만 생각해보라. 2~3년의 짧은 경험과 시간으로 닷컴 기업들이 해놓은 것이 과연 그렇게 천덕꾸러기로 취급받아야 하는지.

우리는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남보다 빠르게 무모하게 도전해온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면서 어떻게 고속도로를 달리듯 시행착오 없이 갈 수 있다는 말인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는 그들이 부러워하는 수익모델을 만들어냈고 지금도 묵묵히 새로운 세계를 향해 좌충우돌하면서 돌진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망이 세계 최고라고 얘기하면 선진국도 부러워한다.

하지만 국내 중소기업 3백만개 중 홈페이지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1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 우리나라 닷컴기업의 추락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소비자 대상 전자상거래(B2C)에 마구잡이로 도전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돈도 사람도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고통을 한꺼번에 경험했다.

그렇다면 닷컴은 사라지고 있는가. 분명히 아니다. 인터넷 인구는 계속 늘어가고 있고 인터넷의 편의성은 우리 생활에 점점 더 깊숙이 파고 들고 있다. 인구의 50% 이상이 인터넷을 쓰고 있는데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 중소기업은 15% 정도에 그치고 있다.

회사를 창업하면 당연히 전화를 설치한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다. 인구의 5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을 통한 창구,즉 홈페이지를 개설하지 않는 기업이 80%가 넘는다면 이는 뭔가 잘못됐다. 고객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이거나 운영방법을 몰라 그럴 것이다.

그러나 생산성이나 고객에 대한 서비스,그리고 매출 측면에서 뛰어난 효과가 있음을 알아차린 기업들은 지금 이 좋은 인프라를 활용하기에 여념이 없다.

아마도 이런 새로운 방법으로 고객과 대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오프라인 기업이란 소리를 들으며 쇠퇴하게 될 것이다. 전화 없이 장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앞으로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고 사업을 한다는 것은 마치 전화가 없으니 우편으로 연락하자고 하는 기업과 무엇이 다른가.

닷컴기업의 몰락을 보며 비난하거나 좌절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만든 이 훌륭한 인프라를 모든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닷컴기업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충분히 활용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구분지어 얘기할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기업을 하루 빨리 온라인화하는데 닷컴기업을 활용할 때다.

눈빛이 번뜩이는 굶주린 닷컴이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다는 것이 지식강국으로 가는 우리에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이제는 정말로 닷컴을 써먹을 때다.

전하진 <네띠앙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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