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안재현 "프로 무대서도 해볼만 했어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이제 20여일이 지나면 만 열네살.한국으로 치면 중학교 2학년생이니 막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다.앳된 소년의 목소리를 기대했지만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음성은 의젓하기 짝이 없다.

지난 13일 끝난 뉴질랜드 오픈에서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한국판 타이거 우즈'란 별명을 얻은 안재현은 17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침착하게 자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프로들이랑 같이 라운드하는데도 전혀 떨리지 않더라고요.같은 조는 아니었지만 타이거 우즈와 같은 경기에 출전한 것이 꿈만 같아요."

안재현은 이번 대회에서의 최고 수확이라면 프로무대에서도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공동 62위에 그쳤지만 큰 아쉬움은 없다고 했다.마지막 4라운드에서 비바람이 몰아쳐 한때 경기가 중단되는 바람에 플레이가 더욱 저조했지만 그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AP.AFP 등 외신과 해외 언론의 주목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을까.

"처음엔 어리둥절했어요.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수많은 갤러리가 따라 다녔으니까요.그런데 갤러리가 많으니까 오히려 신이 나던걸요.학교 친구들과 선생님의 응원도 큰 힘이 됐어요."

어머니 임승희(41)씨는 "영국의 모 방송사에서 '타이거 우즈와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을 소개했던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고 싶다'는 제의를 해왔고 후원 의사를 밝히는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문득 하루 일과가 궁금했다.아직 어린 나이인데 골프에만 매달리는 건 아닐까.

"여기는 한국과 달라요.평소에는 아침 6시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체력 훈련을 한 뒤 학교에 가서 오후 3시까지 수업을 받아요.방과 후에는 연습장에 나가 두 세 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을 하지요.지금은 방학이기 때문에 훈련 시간도 늘리고 대회에도 자주 출전해요."

학업 성적이 어떠냐고 묻자 "운동만큼 공부도 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음식은 어머니가 해주시는 부대찌개.김치찌개와 햄버거.피자.그러나 어떤 음식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고 했다.옆에서 아버지 안충환(42)씨가 '아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우유와 치즈를 많이 먹도록 하고 있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닮고 싶은 선수로는 어니 엘스와 데이비스 러브3세를 꼽았다.

당연히 타이거 우즈라는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였다.얼마 전까지는 우즈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부드러운 스윙을 구사하는 엘스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제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