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시내버스 타기 너무 힘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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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금호지구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충장로를 가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아세요.승강장에서 버스 기다리는 데 40분,버스 타고 가는 데 1시간이 걸립니다.말이나 됩니까.”

광주시 금호지구 호반아파트에 사는 주부 전모(45)씨는 이 곳 주민들이 심각한 교통 불편을 겪는데도 광주시는 “예,알았어요”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불만이다.

최근 3년 동안 주민 8만여명이 입주해 매머드 아파트촌으로 떠오른 금호 ·풍암지구가 아직도 ‘교통 오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배차 간격이 긴 편일 뿐 아니라 운행 노선 수 자체가 적다.

현재 풍암지구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여섯 노선뿐이다.충장로와 도청을 경유하는 게 22,34,333,385번 등 네 노선이 있으나 모두 여러 지역을 거쳐 우회 운행한다.직선 노선은 없다.

때문에 4㎞를 넘지 않는 충장로 ·금남로 등 도심을 시내버스로 가자면 평균 1시간은 소비해야 한다.

요즘처럼 자주 눈이 내리는 겨울철엔 주민들은 그야말로 ‘교통지옥’을 실감한다.버스 타기도 힘든데 도심보다 낮은 기온으로 길이 쉽게 얼어붙고 빙판이 되고 잘 녹지 않아 택시조차 운행을 기피하는 것이다.

또 금호지구에서 백운광장은 사람이 많이 오가는 동선(動線)에 있으나 시내버스 노선이 곧바로 닿지 않는다.불과 1.5㎞ 거리이나 시내버스를 두 번 타야 한다.

풍암 ·금호지구 모두 광주공항과 광산구 송정동 방면은 시내버스 노선이 아예 없다.

광주시는 풍암 ·금호지구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지난해 8월 공청회를 개최하기도 했으나 이제껏 이렇다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풍암 ·금호지구에 환승 기능을 하는 마을버스 노선을 각각 1개씩 개설하는 정도에 그쳤다.

시는 시내버스 승객 감소와 유가 인상,승용차 증가에 따른 도로통행 여건 악화 등으로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어 노선 신설을 강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풍암 ·금호지구 주민들이 원하는 노선이 아직은 수익성이 떨어져 버스회사들이 운행을 꺼린다는 얘기다.

구두훈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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