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게이트] WSJ' 엔론사태 교훈' 특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의 정.재계에 파문을 일으킨 엔론사태는 최고의 정치적 연줄을 돈으로 산다 해도 곤경에 빠진 기업을 구할 수는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엔론사태의 교훈'이라는 1면 특집기사에서 미국기업 중 엔론만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지원한 기업이 없었지만, 정작 파산에 직면해서는 아무 도움도 못 받았다고 지적했다.

케네스 레이 회장과 임직원들은 대선 당시 부시 후보에게 선거자금 62만3천달러를 기부했고 대통령 취임식 행사 때도 20만달러를 쾌척했다. 하지만 사정이 어려워진 엔론측이 백악관과 재무부에 지원을 요청했을 때는 기껏해야 기부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둘째 교훈은 빚 감추기.이윤 부풀리기 등으로 엔론의 장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아서 앤더슨 등 거대 회계법인의 잘못된 관행을 시급히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외부 회계감사인인 회계법인이 회사 장부 정리와 경영자문까지 하고 있다며 "회계산업의 규율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셋째 교훈은 자사주 투자의 위험성. 파산 전 주식을 매각, 수십억달러를 챙긴 레이 회장 등 경영진과 달리 엔론 종업원들은 회사측이 그들의 퇴직연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큰 피해를 보았다. 엔론 주식은 한때 85달러로 치솟았다가 최근 67센트까지 떨어졌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 외에 엔론이 ▶위기시 자금조달이 가능한 시설 등 유형자산 투자를 외면했고▶신용거래에 지나치게 의존했으며▶시티.J P 모건 등 투자은행들이 엔론에의 대출기준을 다투어 완화한 결과 거액의 부실채권이 발생한 점 등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효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