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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전 10기 김경태 드로샷으로 일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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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내 샷의 기본은 이제 드로(Draw·왼쪽으로 휘어지는 샷)다.”

김경태(24·신한금융그룹)가 드로 샷을 앞세워 화려하게 부활했다. 김경태는 지난달 30일 끝난 일본골프투어(JGTO) 다이아몬드컵에서 3억1000만원짜리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07년 7월 이후 2년10개월 만의 우승이다.

31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경태는 “그동안 써온 페이드 샷(오른쪽으로 살짝 휘는 샷)을 버리고 올 시즌부터 드로 샷을 구사하고 있다”며 “그 결과 비거리가 늘어나 핀 공략이 쉬워졌다”고 말했다.

페이드 샷은 방향은 정확하지만 비거리가 짧은 게 단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경태는 작년부터 드로 샷을 연마했고 올 시즌 들어 몸에 익으면서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경태는 지난 5월 열린 GS칼텍스매경오픈과 SK텔레콤오픈에서 잇따라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270야드 안팎이던 드라이브 샷 거리가 드로 샷을 구사하면서 크게 늘어났다. 다이아몬드컵 4라운드에서는 평균 309.8야드나 됐다.

김경태는 “드로 구질은 위험한 샷이다. 런이 많기 때문에 정확하게 가격하지 않으면 페어웨이를 벗어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거리가 짧았던 내 입장에서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했고, 이제 드로 샷이 신뢰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골프 개인·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김경태는 2007년 프로에 데뷔했고, 첫해에 7월까지 3승을 올리며 최우수선수상과 신인상을 휩쓸었다. ‘괴물 신인’이라는 찬사도 따라왔다.

그러나 이후 우승권에서 멀어지면서 ‘한물갔다’는 혹평에 시달렸다. 사실 김경태는 그사이 아홉 번이나 준우승(한국 4회· 일본 5회)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1등과 2등의 차이를 통감했어요. ‘못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에 자존심도 상했죠.”

김경태는 “아이언 샷이 강한 내 골프를 믿자. 어설픈 페이드 샷보다는 드로 샷으로 승부를 걸자고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기분이다. 이제 누구와 붙어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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