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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골프 여걸들 3년연속 일본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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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일본에 역전승한 한국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고우순·크리스티나 김·문현희·송아리·장정·김미현·송보배·이영미·한희원·이지희·박지은·안시현·박세리. [오쓰=KLPGA 제공]

간 밤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큰비가 내리더니 이른 아침엔 무지개가 떴다. 다시 잔뜩 찌푸렸던 날씨는 오후 들면서 활짝 갰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날씨가 마치 한국 선수들의 심정을 대신 말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 여자골프가 3년 연속 일본을 꺾었다. 5일 일본 시가현의 오쓰 골프장에서 끝난 핀크스컵 한.일 여자프로골프 대항전에서 한국은 28-20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 홀 매치 플레이에서 4승2무6패(10-14)로 뒤졌던 한국은 이날 스트로크 플레이에서 8승2무2패로 압도했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도 3승2패가 됐다. 첫날 일본의 에이스 후도 유리, 둘째 날 하토리 미치코를 각각 꺾어 2승을 올린 한희원(26.휠라코리아)이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5일 경기에선 한.일전에서 한 번도 져 본적이 없는 장정(24)이 선봉에 나서 후도와 맞붙었다. 그러나 1언더파로 무승부. 이 때까지만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지희(25.LG화재)가 고가 미호를 1타차로 제압한 것을 시작으로 크리스티나 김(20.한국 이름 김초롱).고우순(40.혼마).한희원.문현희(21.하이마트).박지은(25).김미현(27.KTF).박세리(27.CJ) 등 무려 8명이 줄줄이 승리를 거뒀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경기였던 박세리와 일본의 '떠오르는 별'미야자토 아이의 맞대결. 간간이 가랑비가 흩뿌리는 가운데도 2000여명의 갤러리가 뒤를 따랐다.

전날 티샷을 두 차례나 아웃오브바운스(OB) 구역에 떨어뜨렸던 박세리는 이날은 대부분 우드로 티샷하면서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3번 홀(파4)과 11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낸 박세리는 파4의 16,17번 홀 연속 보기로 위기를 맞았지만 마지막 18번 홀을 파로 막아 1오버파의 미야자토를 1타차로 제쳤다. 박세리는 "라운드 도중 손목이 삐끗해 고전했지만 고비 때마다 퍼트가 잘 들어가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열린 이벤트 대회에 참석한 뒤 전날 밤 합류한 박지은도 기무라 도시미에게 3타 차로 완승했다. 박지은은 "한국 여자프로골프가 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기무치 파와(김치의 힘)"라고 대답했다.

오쓰=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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