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립학교 '읽기·쓰기·셈' 형편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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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정부는 필라델피아시 60개 공립학교의 운영권을 기업.대학.교회 등 민간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또 필라델피아 교육구청의 고위 공무원 55명을 해고하고 빈 자리를 학교경영 전문기업 소속 민간인들로 채웠다.

주(州)교육부의 타드 지바스 정책분석관은 "학생들의 형편없는 성적에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나서서 극약처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필라델피아 공립학교 재학생 21만명 중 57%가 읽기.쓰기.셈하기 등 '3R' 기초학력 평가시험에서 탈락했으며, 이 지역 11학년(고2에 해당) 학생 중 불과 13%만이 신문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던 것이다.'3R'은 읽기(Reading).쓰기(Writing).셈하기(Arithmatic)의 철자에서 따온 용어.

미국에선 이같은 극약처방이 2005년부터 아예 제도화된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8일 서명한 '어떤 아이도 낙오해선 안된다(No Child Left Behind)'라는 표어의 교육개혁 법안 때문이다. 3R 실력을 끌어 올리기 위한 비상처방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블레어 영국총리는 이달 초 중등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증진을 목표로 한 '2006년까지 추진할 교육개혁 전략'을 발표했다.

모든 학교에 3R과 관련한 '최소 성취 수준'을 부여하고 지원해주되 교육질관리위원회가 '개선될 가망이 없는 실패학교'로 지정한 학교는 정부가 개입해 기존 의사결정 기구를 '임시집행위원회'로 교체하도록 했다.

독일 역시 지난해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 세계 32개국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읽기능력 21위, 수학적 응용능력 20위, 과학적 응용능력 20위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나자 비상이 걸렸다.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16개 주정부 문화부 장관은 최근 회의를 열고 교육예산 증액.교원충원.수업방법 개선 등 7대 대책을 즉각 시행하기로 했다.

선진국들이 3R 등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는 이유는 인종.소득수준별 차이가 너무 커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65년 이후 현재까지 1천3백억 달러를 공립학교에 투입했으나 3R의 성취도에서 고소득.저소득층, 백인.소수계 간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 이는 영국도 마찬가지. 영국 교육기술부의 에스텔 모리스 장관은 "모든 학생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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