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내부비리 못 잡고 처벌도 물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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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 관련 비리가 연방 불거졌던 주요 이유는 허술한 자체 감사기능과 비리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월 시교육청으로부터 ‘청렴컨설팅’을 의뢰 받아 조사한 결과다.

30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시교육청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최근까지 부패사실로 징계를 받은 건수는 74건이었다. 이 중 81%인 60건이 금품수수사건이었고 신분별로는 교원이 56명, 행정직이 15명이었다. 교원 중 교장도 8명이나 됐다.

문제는 이들 사건 중 교육청 자체감사를 통해 적발한 경우가 8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절반이 넘는 48건이 외부 수사기관 등에서 밝혀낸 것이고 제보·진정이 18건이었다. 자체 감사기능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부패·비리 연루자에 대한 처벌도 그야말로 솜방망이였다. 특히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 간부급 직원에 대해서는 가벼운 징계만 내려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보고서에는 자녀를 좋은 학교로 전학시켜 달라는 요청과 함께 학부모로부터 500만원을 수수한 연구사가 주의·경고처분만 받았거나 초등 교장이 납품업체에서 118만원 상당의 물품을 받고도 견책에 그친 사례가 적혀 있다. 권익위는 “지나치게 관대한 처벌로 ‘일벌백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처벌의 공정성을 믿지 않는 직원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중요 보직을 특정 지역·학교 출신이 독점하는 연고주의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교원인사위원회’를 열지 않고 재단 관계자가 교사를 임의 채용하거나 지원자를 미리 선별해 놓는 사례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시교육청이 올 초 마련한 부패 공직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엄격히 적용하고 교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할 것을 대책으로 제안했다. 특히 인사와 관련해서는 선택가산점 사항을 사전에 공개하고 교육전문직 2차 전형 때 외부인사를 포함시키는 등의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권고사안 중 상당수는 이미 추진하고 있다”며 “진단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중장기적으로 수용 가능한 사안을 선별해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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