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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식-국정원 연결고리 김종호씨 정말 못잡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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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패스21 대주주 윤태식씨의 국정원 로비 창구로 의혹을 받고 있는 전 국정원 4급 직원 김종호(金鍾浩.55.수배 중)씨가 잠적 후 자기 소유 다가구주택의 세입자에게 전화로 송금을 요구하는 등 金씨 또는 그의 가족이 수차례 소재 추적의 단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해 12월 18일 金씨를 수배한 뒤 2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 金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국정원 관련 로비 의혹 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특히 金씨는 검찰 수배에 앞서 국정원이 자신의 신원이 기록된 1987년 수지 金 사건 수사 관련 서류를 검찰에 넘겨준 지난해 11월 말 전후 가족과 함께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金씨는 수지 金 사건 당시 尹씨에 대한 수사를 맡았으며 98년 국정원을 퇴직할 때까지 尹씨의 동향을 감시해 왔다.

◇ 金씨 잇따른 추적 단서 노출=金씨가 소유한 서울 강동구 마천동의 4층짜리 다가구주택 세입자 모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5일께 金씨가 전화를 걸어 "월세금(2만5천원)을 넣어달라"며 국민은행 서잠실지점의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이어 17일 또 다른 세입자에게 金씨의 동거녀가 전화해 20만원의 월세 송금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웃들에 따르면 이 여인은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 22, 23일께 직접 집으로 찾아와 우편물 등을 찾아갔다.

金씨는 다가구주택으로 개축(94년)하기 전부터 이 집에 살았으며 개축 후에는 4층에서 노부모와 두 아들, 그리고 동거녀와 함께 살아왔다고 주변에선 전했다.

◇ 어설픈 수배 과정=그러나 검찰은 金씨와 주변인물의 전화 또는 직접 출현에도 불구하고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金씨 집 관할 파출소인 서울 송파경찰서 마천2파출소측은 9일 "지난해 金씨가 수배된 직후 언론의 취재가 본격화하면서 金씨의 수배사실을 알게 돼 자체적으로 감시해왔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배 내용이 공식 라인을 통해 관할 파출소에 직접 하달되지 않은 것이다.

◇ 수배 전 미리 잠적=金씨는 국가안전기획부(국정원 전신)의 수지 金 사건 은폐에 대해 서울지검 외사부가 지난해 11월 수사를 시작한 뒤 12월 초부터 수차례 검찰 출두를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12월 10일께 그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와 별도로 윤태식씨 정.관계 로비 사건을 맡은 서울지검 특수3부는 12월 18일 尹씨를 협박해 2천만원을 뜯은 혐의(공갈)로 金씨를 수배했다.그러나 金씨는 동거녀 및 두 아들과 함께 이미 종적을 감춘 뒤였다.

한 이웃은 "40일 전께 金씨의 동거녀가 '시아버지가 위독해 나간다. 월세는 전화로 계좌번호를 알려줄테니 송금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수배 전 가족들이 계획적으로 도피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 회사에서의 행적=尹씨를 국정원 다른 관계자들에게 연결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된 金씨는 국정원 퇴직 후인 2000년 12월부터 패스21의 자회사 바이오패스의 이사로 재직했다.

회사 직원들은 그러나 金씨가 거의 출근하지 않고 업무도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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